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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vs. 영화] 몬스터 콜

기사입력 2019.12.27 14:31
  • 열세 살 소년 코너는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 엄마는 불치병으로 투병 중이고, 따로 사는 아빠는 이혼 후 새로운 가정을 꾸려 기댈 여지가 없다. 설상가상으로 학교에서는 나쁜 친구들에게 괴롭힘까지 당한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점점 외톨이가 되어가는 코너는 힘들지만, 누구에게도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한다. 그리고 털어놓지 못한 속마음은 악몽이 되어 매일 밤 코너를 괴롭힌다.

    그러던 어느 날, 거대한 몬스터가 코너를 찾아온다. 몬스터는 코너를 치유해 줄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줄 테니 네 번째는 코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제안을 하고, 우격다짐으로 코너의 승낙을 받아낸다.

  • 몬스터의 이야기는 좀처럼 믿지 못할 진실을 담은 기괴한 것들이다. 첫 번째는 한 나라의 왕비와 왕자에 대한 것이었는데, 평범한 동화처럼 시작한 이야기는 ‘사람들이 마녀라고 생각한 왕비는 사실 마녀가 아니었고, 사람들이 사랑했던 어진 왕자는 왕비를 쫓아내기 위해 자신이 사랑한 농부의 딸을 죽인 살인마였다’는 충격적인 진실을 담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 부르짖는 코너에게 몬스터는 말한다. "진실은 속임수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 백성들은 자기들에게 걸맞는 왕을 갖게 되고, 농부의 딸은 억울하게 죽고, 때로는 마녀도 구원을 받지. 사실 그럴 때가 꽤 많아. 알면 놀랄 거다."

    코너는 몬스터를 통해 외면해 온 자신의 속마음을 마주 볼 수 있게 된다. 진심을 인정함으로 죄책감을 벗어내고, 진정한 위로와 평화를 얻은 코너에게 몬스터는 말한다. "삶은 말로 쓰는 게 아니다. 삶은 행동으로 쓰는 거다. 네가 무얼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네가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소설 ‘몬스터 콜스’는 사춘기 소년이 몬스터를 통해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법을 배우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청소년 소설이다. 세계 최초로 영국 도서관 협회가 선정한 카네기상과 영국에서 가장 뛰어난 그림책에 수여되는 케이트 그리너웨이 상을 동시에 수상해 주목 받은 소설은 2016년 동명의 영화 ‘몬스터 콜’로 제작되어 많은 이들의 호평을 얻어냈다.

  • 사진=영화 '몬스터 콜' 스틸컷
    ▲ 사진=영화 '몬스터 콜' 스틸컷

    소설 원작자가 각본을 맡은 영화의 내용은 소설과 거의 비슷하지만, 두 작품의 느낌은 조금 다르다.

    내용의 흐름이나 메시지의 명확성에서는 소설이 영화보다 낫다. 특히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는 친구 릴리를 통해 코너가 왜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외톨이가 되어갔는지에 대해 설명해주는 소설은 코너의 행동과 마음을 한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영화는 소설보다 강한 임팩트를 제공한다. 아카데미 미술상과 특수효과상을 받은 ‘판의 미로’ 제작진이 참여해 몬스터의 뿌리 하나, 가지 하나까지 생생하게 살려낸 영화의 화려한 비주얼은 완벽한 판타지의 세계를 완성하며 한층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몬스터와 몬스터의 이야기들이 엄마가 과거 그렸던 그림의 내용과 일치한다는 뒷이야기는 영화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보너스 트랙이다.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우화 속에 묵직한 메시지와 긴 여운을 남기는 ‘몬스터 콜’. 메시지에 집중하고 싶다면 소설을, 금방이라도 살아 나올 것 같은 환상의 몬스터를 확인하고 싶다면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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