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작 vs. 영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기사입력 2017.09.13 15:29
  •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임을 인정받는 시대지만, 정작 30대를 훌쩍 넘긴 미혼자들은 이런저런 눈치를 보기 십상이다. 결혼에 대한 주위의 압박, 덧없이 나이만 먹는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 남들과 다른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 감당해야 할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영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의 주인공 수짱, 마이짱, 사와코상도 그렇다. 30대 중반을 넘기고 결혼을 고민하는 세 여자의 각자 다른 인생 풀기는 지금 이 시대를 사는 30, 40대 여성들의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다.

  • 카페 매니저인 수짱은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하고 있고, 나름대로 인정도 받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또 결혼하지 않고 혼자 잘 살 수 있을지도 고민이다. 30대 중반임에도 연애는 아직 서툴고, 짝사랑하는 매니저에게 고백하지 못한 채 세월만 보내는 수짱은 자신에게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마흔을 코앞에 둔 사와코상은 우연히 만난 동창과 결혼을 꿈꾸게 되지만, 자신이 결혼하면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단둘이 남겨질 엄마가 걱정이다. 설상가상으로 나이를 핑계로 그녀에게 임신 가능 확인증을 요구하는 남자친구의 모습에 정말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깊어간다.

    수짱과 같은 30대 중반인 마이코짱은 능력 있는 골스미스지만, 회사 내 상하관계와 탈출구 없는 유부남과의 연애에 지쳐 쿨하게 변화를 결심한다. 결혼정보회사 소개로 만난 남자와 결혼을 하고 아이도 갖게 된 그녀는 ‘이런 게 바로 행복’이라고 생각하지만, 문득 ‘결국 이렇게 된 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영화는 이렇다 할 클라이맥스나 반전도 없지만, 30대 이상의 여성이라면 누구나 해봤을 고민과 생각들로 은근한 공감을 선사한다. 세 여자가 그려내는 잔잔하고 유쾌한 에피소드에 웃음 지으며 따뜻한 위로를 받게 되는 것은 아마 그들의 삶이 나의 삶과 다르지 않다는 깨달음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 사진=영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스틸컷
    ▲ 사진=영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스틸컷

    영화의 원작은 일본 만화작가 마스다 미리의 ‘수짱 시리즈’다. 수짱 시리즈는 여성들의 일과 사랑, 결혼, 출산, 육아, 노후 등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4컷으로 담백하게 풀어낸 마스다 미리의 만화 시리즈를 일컫는 말로, 영화와 같은 제목의 영화와 같은 제목의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를 비롯해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아무래도 싫은 사람’, ‘수짱의 연애’ 네 권이 포함된다. 수짱 시리즈는 30, 40대 여성들의 폭풍 공감을 일으키며 큰 인기를 얻었으며, 지금까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술술 읽히는 만화는 30분 정도면 한 권을 뚝딱 해치울 정도로 간결하다. 4컷에 담긴 소소한 이야기들은 정곡을 찔러 쓸쓸함을 몰고 오기도 하지만, 그 어떤 구구절절한 이야기보다 진한 공감을 일으킨다.

    진솔함과 담백한 위트로 진한 감동을 주는 ‘결혼해도 괜찮을까’는 만화와 영화 모두 각자의 매력을 갖고 있다. 공감을 통한 위로를 선사한다는 것은 어느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이왕이면 더 깊고 섬세한 감성을 담고 있는 원작 만화를 추천하고 싶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