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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vs. 영화] 우먼 인 골드

기사입력 2017.04.24 18:10
  • 영화 ‘우먼 인 골드’는 경매가 1,500억 원에 달하는 클림트의 그림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을 두고 무려 8년 동안 오스트리아 정부와 법정 싸움을 벌인 마리아 알트만의 실화를 담고 있다.

  • 마리아 알트만은 그림의 모델이었던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조카로, 오스트리아 빈 최고의 부유층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에게 재산을 몰수당하고 미국으로 망명했다. 부유했던 과거를 지우고 살아온 마리아는 노년의 어느 날, 나치가 약탈한 예술품을 반환하겠다는 오스트리아 정부의 선언을 듣고 반색한다. 그녀가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 초상의 정당한 상속자였기 때문이다. 마리아는 변호사 쇤베르크와 함께 그림을 찾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고, 오스트리아 정부를 상대로 그림 반환 소송을 시작한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정부는 오스트리아의 모나리자로 불리며 국가의 상징처럼 여겨진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를 돌려줄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가장 유명한 클림트 작품 중 하나인 이 그림을 보유하기 위해 나치가 불법 취득한 것이라는 사실을 감추고, 제목을 ‘레이디 인 골드’로 바꾸고, 초상화 모델의 정체도 철저히 감추고 있었다.

    한 나라의 정부를 상대로 한 개인의 싸움은 무모한 도전 같아 보였지만, 마리아와 쇤베르크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가 되찾고자 하는 것은 단지 클림트의 유명 그림이 아닌 가족에 대한 추억과 나치에게 짓밟힌 유대인의 뿌리였다. 무려 8년간의 길고 긴 싸움 끝에 기적적인 승리를 얻은 마리아는 세상을 놀라게 했고, 재산 반환 소송의 새로운 법적 판례를 만들었다.

  • 이미지=영화 '우먼 인 골드' 스틸컷
    ▲ 이미지=영화 '우먼 인 골드' 스틸컷

    영화는 법정싸움과 함께 나치로부터 고통받은 유대인의 모습을 잘 표현한다. 영화는 의외의 몰입감과 감동을 선사하는데, 일제강점기를 겪은 우리에게는 더 많은 공감을 일으키는 것도 같다. 국가라는 거대 권력의 압박에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은 속 터지는 상황이 계속 연출되지만, 끝내 그 모든 것을 누르고 승리를 얻는 결말의 쾌감도 꽤 만족스럽다. 다수와 개인의 이익을 저울질하는 것으로는 결코 정의를 판단할 수 없다는 영화의 메시지도 묵직하게 가슴에 남는다.

    영화의 원작은 동명의 소설 ‘우먼 인 골드’다. 책은 영화보다 훨씬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는 마리아와 오스트리아의 법정 싸움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지만, 책은 그림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백과사전식으로 총망라하기 때문이다. 책 1부에는 클림트와 아델레의 생애와 그림을 그리기까지의 사연이, 2부에는 나치 점령 하의 오스트리아에서 고난받았던 암울한 유대인들의 이야기가, 3부에는 클림트의 그림을 두고 오스트리아 정부와 상속인 마리아의 싸움과 결과가 담겨 있다.

  • 이미지=영화 '우먼 인 골드' 스틸컷
    ▲ 이미지=영화 '우먼 인 골드' 스틸컷

    솔직히 책의 재미는 영화보다 덜하다. 너무 방대한 분량이 읽는 이를 지치게 하고, 복잡한 사건의 나열은 이야기의 핵심을 놓치게 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책은 쇤베르크와 마리아의 법정싸움보다 클림프와 아델레의 일생, 나치 시절 고통받았던 유대인의 아픔에 더 집중하고 있어 영화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기대하고 책을 선택한다면 실망은 더욱 커진다.

    하지만 책은 분명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사람들의 실제 증언을 바탕으로 엮어놓은 책은 영화보다 훨씬 더 세밀하고 생생한 역사적 사실들을 전달해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한다. 영화가 묘사한 나치의 만행과 유대인들이 당한 고통, 많은 오스트리아인이 보여준 이중성 등은 책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우먼 인 골드’는 영화와 책 모두 볼만하지만, 두 작품의 집중 포인트는 확연히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보편적인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영화를 추천하겠지만, 클림트의 일생과 나치, 유대인, 오스트리아에 얽힌 애증의 관계와 세밀한 역사적 사실을 알고 싶다면 책 읽기도 도전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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