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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신성한 순례길, 시코쿠 88개 사찰 순례

  • 디지틀조선일보
기사입력 2017.04.14 09:42
일본에는 세계유산인 ‘기이산지의 영지와 참배길(紀伊山地の霊場と参詣道, 구마노 옛길이 포함된)’에 버금가는 순례길이 있다. 일본을 구성하는 네 개의 큰 섬 중 하나인 시코쿠(四国)의 88개 사찰 순례길인 ‘시코쿠헨로(四国遍路)’가 바로 그 주인공. 변화무쌍한 경치와 풍부한 자연환경에 둘러싸인,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기원의 길이자, 지역의 역사적 매력과 특색을 통해 일본의 문화와 전통을 소개하는 ‘일본유산(日本遺産)’이기도 하다.
  • 1,2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신성한 순례길, 시코쿠 88개 사찰 순례
    시코쿠헨로, 자연과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기원의 길
  • 1,2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신성한 순례길, 시코쿠 88개 사찰 순례
    시코쿠는 도쿠시마현, 가가와현, 에히메현, 그리고 고치현으로 나뉜다. ‘시코쿠헨로’는 시코쿠 곳곳에 산재한, 일본 불교 진언종(真言宗)을 세운 홍법대사 구카이(空海)와 관련된 88개의 사찰을 참배한다. ‘시코쿠 88개소(四国八十八ケ所)’란 이름으로도 불린다. 시코쿠헨로의 사원은 각각 특징이 있는데, 구카이가 태어난 곳이거나, 사원 자체가 아름답기도 하고, 불상과 보물 등이 있거나, 멋진 경치를 자랑하기도 한다.
  • 시코쿠헨로 전용 수첩인 노쿄초(納経帳)에 도장을 받을 수 있다
    ▲ 시코쿠헨로 전용 수첩인 노쿄초(納経帳)에 도장을 받을 수 있다
    각 사원은 1번부터 88번까지 번호가 붙여졌고, 사원 순례를 통해 논과 밭, 산속, 바닷가, 그리고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던 옛길인 가이도(街道) 등을 만난다. 시코쿠헨로는 전체 여정이 1,400km에 달하는, 자연미 넘치는 아름다운 길이다. 전체 사원을 도보로 순례한다면 40일 이상 걸리겠지만, 자신의 일정에 맞춰, 기차나 자동차 등의 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일부 사원만을 방문해도 된다. 사원 방문은 누구나 가능하지만, 사원에서 지켜야 할 매너는 꼭 지키자. 구원과 안식을 찾거나 기도와 정신 수양 등의 목적으로 국내외에서 많은 순례자가 이곳을 방문한다. ‘고슈인(ご朱印)’은 신사나 절을 방문했음을 알려주는, 일종의 참배 증명서이다. 시코쿠헨로의 각 사원에서 고슈인을 받을 수 있으며, 전용 수첩인 고슈인초(ご朱印帳)에 도장을 모으는 참배객도 많다.
  • 길을 걷는 순례자
    ▲ 길을 걷는 순례자
    시코쿠헨로의 순례자를 ‘오헨로상(お遍路さん)’이라고 부른다. 흰색의 특별 의상을 입고, 나무 지팡이를 손에 쥔 ‘오헨로상’의 모습은 현지 주민들에게도 익숙하다. 길을 알려주거나, 음식을 제공하는 등, 순례자에게 선의를 베푸는 문화는 지역 곳곳에 남아있으며, 이를 오셋타이(お接待)라 부른다.


    순례길, 장엄한 건축물과 아름다운 정원을 만나다
  • 1,2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신성한 순례길, 시코쿠 88개 사찰 순례
    순례길의 시작은 도쿠시마현. 이곳은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생기는 곳이란 뜻에서 ‘발심의 도량(発心の道場)’으로 불린다. 도쿠시마현에는 23개 사원이 있는데, 출발점이 되는 곳은 나루토(鳴門)시에 있는 1번 사원인 ‘료젠지(霊山寺)’이다. 본당 천장 그림이나 위엄과 기품있는 건물 등 료젠지에는 볼만한 것이 많다. 또한, 종합안내소에는 백의와 지팡이 등 순례자를 위한 물품도 판다. 가쓰우라초(勝浦町) 마을에 있는 20번 사원인 ‘가쿠린지(鶴林寺)’부터 아난(阿南)시에 있는 21번 사원인 ‘다이류지(太龍寺)’까지는 경사가 가파른 언덕길이지만, 옛 모습을 간직한 멋진 자연 경치와 산길을 즐길 수 있다. 또한, 국가 사적으로도 지정되어있다.
  • 1,2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신성한 순례길, 시코쿠 88개 사찰 순례
    순례길은 고치현으로 이어진다. 고치현에는 16개 사원이 있지만, 전체 길이가 400km에 이를 정도로 길어, 흔히 ‘수행의 도량(修行の道場)’으로 불린다. 고치(高知)시에 있는 31번 사원인 ‘지쿠린지(竹林寺)’에는 국가 관광명소로 지정된 정원과 17존의 귀중한 불상이 있다. 또한, 봄에는 벚꽃을, 가을에는 단풍을 즐길 수 있는 명소로도 알려졌다.


    절벽 사원과 구카이 출생지를 방문하다
  • 에히메현 이와야지의 박력 넘치는 경관
    ▲ 에히메현 이와야지의 박력 넘치는 경관
    다음 장소인 에히메현은 번뇌에서 해탈해 진리를 깨닫는 곳이란 의미로, ‘보리의 도량(菩提の道場)’으로 불린다. 구마코겐초(久万高原町) 마을에 있는 45번 사원인 ‘이와야지(岩屋寺)’는 표고가 약 700m인 영험함이 깃든 산 절벽에 세워졌다. 신록으로 가득한 경내에는 야생 조류도 많다. 마쓰야마(松山)시에 있는 51번 사원인 ‘이시테지(石手寺)’는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도고온천(道後温泉)과도 가깝다. 또한, 정문인 산몬(山門)은 국가보물, 본당과 삼층탑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언제나 많은 관광객으로 붐빈다.
  • 가가와현 야시마지 사원의 아침
    ▲ 가가와현 야시마지 사원의 아침
    순례의 종착지 가가와현에는 23개의 사원이 있다. 이곳은 득도하여 일체의 고난과 속박에서 벗어난 ‘열반의 도량(涅槃の道場)’이라 불린다. 주목할 곳은 젠쓰지(善通寺)시에 있는 75번 사원인 ‘젠쓰지(善通寺)’이다. 이곳은 774년에 구카이가 태어난 곳이며, 넓은 경내에는 5층탑과 함께 국보 등 2만점에 달하는 보물이 소장된 보물관(宝物館)이 있다. 또한, 섬 전체가 일본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다카마쓰(高松)시의 야시마(屋島) 섬에 세워진 84번 사원인 ‘야시마지(屋島寺)’에서 가슴 벅찬 세토나이카이(瀬戸内海) 바다의 경치를 볼 수 있어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다. 순례의 종착지는 사누키(さぬき)시에 있는 88번 사원인 ‘오쿠보지(大窪寺)’이다.
  • 순례지 88번 사원은 가가와현 오쿠보지
    ▲ 순례지 88번 사원은 가가와현 오쿠보지
    88개 사원을 순례하는 ‘시코쿠헨로’를 통해 일본의 멋진 경치와 일본인의 인정과 정신 등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시코쿠헨로’가 궁금하다면, 흥미 있는 사원 몇 곳을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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