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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vs. 영화] 차일드 44

기사입력 2017.04.12 15:16
  • 1952년 소비에트 연방의 한 철길 옆에서 아이의 시체가 발견된다. 아이의 가족들은 살인사건이라 주장했지만, 사건을 맡은 정부 요원 레오(톰 하디)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사건을 단순 기차 사고로 급히 종결짓는다. ‘완벽한 국가에 범죄란 없다’는 스탈린의 신념을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레오는 스파이로 지목된 아내를 차마 고발하지 못해 민병대로 좌천된다. 그리고 새로운 발령지에서 발견된 또 다른 아이의 시체를 보고 두 사건에 유사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동일범의 소행을 의심한 레오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 하지만, 당국이 동의하지 않는 사건을 수사한다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일이었다. 자신과 아내의 안전과 사건의 진실 사이에서 고민하던 레오는 결국 민병대 대장인 ‘네스테로프’(게리 올드만)를 설득해 은밀하게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허울이 아닌 진정한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 영화 ‘차일드 44’는 1950년대 소비에트 연방에서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과 당국에 맞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레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 속 연쇄사건은 1978년에서 1990년 사이에 러시아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인데, 영화의 원작인 동명소설의 작가는 이야기의 배경을 50년대 소비에트 연방으로 바꿔 스탈린 시대의 비인간적인 실상을 고발하는 데 사용했다. 서구보다 우월함을 증명하기 위해 ‘범죄 발생률 0%’에 집착해 무려 44명의 아이가 희생당할 때까지 범죄 사건을 감추기만 급급한 소련 사회체제의 부조리함을 낱낱이 까발림으로서 말이다.

  • 사진=영화 '차일드 44' 스틸컷
    ▲ 사진=영화 '차일드 44' 스틸컷
    영화는 인물과 사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편이지만, 의외의 몰입감과 묵직한 여운을 선사한다. 콕 집어 말하긴 힘들지만, 분명 볼만한 영화는 뭔가 어수룩한 듯 매력적인 톰 하디의 매력과도 닮아있다.

    소설은 영화의 내용과 100% 일치하진 않는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영화에서 미처 알 수 없었던 각 인물의 내면과 사건의 전후 사정, 연결고리 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당시 소비에트 연방 사람들의 처참한 생활이나 사건과 범죄현장 등을 세밀하게 묘사한 소설은 영화보다 훨씬 사실적이며, 잔인함의 수위도 훨씬 높다.

    하지만 소설은 생각보다 잘 읽힌다. 빽빽한 분량임에도 책장은 술술 넘어가고, 조금 뻔하긴 하지만 영화에서 볼 수 없는 반전까지 선사한다. 영화는 범인의 사건 동기와 그들의 관계가 불투명하지만, 소설에서는 이 모든 것이 훤히 드러나기에 소설을 읽는 보람은 한층 배가된다.

  • 사진=영화 '차일드 44' 스틸컷
    ▲ 사진=영화 '차일드 44' 스틸컷
    독특한 소재와 충격적인 스토리의 ‘차일드 44’는 영화와 소설 모두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왕이면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보는 게 어떨까 싶다. 톰 하디가 연기한 ‘레오’를 떠올리며 책을 읽다 보면 훨씬 더 훈훈하게 소설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 ‘차일드 44’는 3부작이지만, 각각의 내용이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모두 읽어야 한다는 부담은 없다. 영화는 소설 1부에 해당하는 내용이니, 소설의 2부와 3부를 마저 읽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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