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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vs. 영화] 라이언

기사입력 2017.04.03 17:40
  • 1986년 다섯 살이었던 ‘사루’는 집을 잃어버렸다. 형을 기다리다 기차에서 깜빡 잠이 든 사이 기차가 출발한 것이다. 달리는 기차에 갇혀 겁에 질려 있던 소년은 간신히 기차에서 내렸지만,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집을 찾을 방법은 없었다. 자신의 이름조차 정확히 알지 못한 그가 기억하는 것이라곤 불명확한 동네 이름과 물탱크가 있는 기차역의 모습 정도였기 때문이다. 거리를 떠돌던 사루는 결국 미아로 확정되어 1987년 호주로 입양된다.

  • 양부모의 사랑과 보살핌 속에 성인이 된 사루는 2007년 대학에 진학하고, 그곳에서 만난 인도 친구들과 어울리며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구글어스’를 이용한 잃어버린 집 찾기를 시작한다.

    사실 사루는 이전에도 구글어스로 집 찾기를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대한민국의 33배나 되는 넓은 인도에서 불명확한 기억만으로 집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게만 여겨졌었다. 하지만 친구들의 조언을 받아 기찻길 중심으로 가능 지역을 찾아 나가는 지금은 집을 찾는 일이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기같이 어려운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루는 언젠가는 반드시 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틈만 나면 구글어스를 검색했다. 그리고 구글어스를 내려받은 지 5년, 집중 검색을 시작한 지 8개월만인 2011년 기적같이 기억 속 장소를 발견한다. 잃어버린 집을 찾는 데 성공한 것이다. 2012년 그가 인도의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엄마와 가족들을 만난 것은 인도에서 호주로 떠난 지 25년 만의 일이었다.

  • 사진=영화 '라이언' 스틸컷
    ▲ 사진=영화 '라이언' 스틸컷
    얼핏 보면 ‘구글어스’의 광고 같은 이 거짓말 같은 이야기는 2012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루 브리얼리’의 실화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개된 그의 사연은 2013년 책으로 출간되었고, 2016년 영화로 제작되었다. 바로 동명의 소설과 영화 ‘라이언’이다.

    영화는 책보다 훨씬 흥미진진하다. 길을 잃고 헤매던 어린 사루가 호주로 입양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전반부의 백미는 4,000대 1의 경쟁을 뚫고 발탁된 어린 사루 역의 '써니 파와르'다. 엄마 미소를 절로 짓게 하는 여린 눈망울의 이 소년은 “눈 너머로 이야기를 담을 줄 아는 아이”를 찾고 있었다는 감독의 요구를 100% 이상 충족시키며, 길을 잃고 위험에 처한 사루의 이야기를 더욱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

    호주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구글어스를 통해 집을 찾게 되는 후반부에서는 시각화된 사루의 검색 과정이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실제 사루는 검색을 위해 지리한 시간과의 싸움을 벌였지만, 영화를 보는 이들은 방대한 시간과 자료에 대한 놀라움만 남을 뿐이다.

  • 사진=영화 '라이언' 스틸컷
    ▲ 사진=영화 '라이언' 스틸컷
    사건의 당사자인 ‘사루 브리얼리’가 직접 쓴 책 ’A Long Way Home’은 국내에서 2015년 ‘집으로’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가, 2017년 영화와 같은 제목인 ‘라이언’으로 재출간되었다.

    책은 문체나 구성 등이 완벽하진 않지만, 영화보다 훨씬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준다. 사루가 인도 가족을 만난 후라던가, 가족 이야기 등 영화에서 미처 볼 수 없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알 수 있다는 것도 책이 가진 장점이다.

    특히 책은 가정이 혈연관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신념에 해외입양을 선택하고 인도에서 입양한 두 아이를 길러낸 사루의 양부모인 브리얼리 부부의 이야기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들 부부의 이야기는 사루의 기적 같은 이야기보다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더 깊은 감동을 전달한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놀라운 이야기를 담은 ‘라이언’. 영화는 어린 사루의 연기만으로도 추천할 만 하고, 책은 좀 더 심오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데 있어 읽어볼 만하다. ‘라이언’은 영화와 책 어느 편을 선택해도 좋겠지만, 이왕이면 영화와 소설을 함께 보고 놀라운 이야기 너머에 담긴 가족과 입양에 대한 메시지도 함께 생각해보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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