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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vs. 영화] 내가 잠들기 전에

기사입력 2017.03.20 16:34
  • 아침에 눈을 뜬 크리스틴은 자신이 낯선 침대에 낯선 중년 남자와 함께 누워있다는 것을 알고 당황한다. 전날의 일이 기억나지 않아 혼란스러워하던 그녀는 더 거짓말 같은 상황에 마주하게 된다. 거울 속에서 하룻밤 새 20년은 더 늙어버린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 혼란스러워하는 크리스틴에게 다가온 낯선 남자는 자신이 그녀의 남편 ‘벤’이며, 그녀는 40세가 되었고, 그들이 결혼한 지 십여 년 넘은 부부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녀가 교통사고를 당해 기억력이 하루 이상 지속하지 못하는 기억상실증에 걸렸고, 20대 초반까지의 기억 외에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거짓말 같은 사실을 알려준다.

    홀로 집에 남은 크리스틴이 초조함에 떨고 있을 때, 낯선 남자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남자는 그녀의 기억을 찾기 위해 돕고 있는 정신과 의사 ‘내쉬 박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후 그녀가 매일같이 카메라 녹음 일기를 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내쉬 박사의 설명에 따라 카메라를 발견한 그녀는 깜짝 놀라는데, 영상 속에는 “벤을 믿지 마”라고 말하는 자신의 모습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이 아니라면 견디기 힘들 상황을 매일같이 겪으며 그녀를 보살피는 자상한 남편 벤, 그녀의 기억을 찾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는 사실을 녹음된 카메라 영상으로 입증한 내쉬 박사. 과연 그녀는 누구를 믿어야 하고, 그녀가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건의 전말은 무엇일까?

  • 영화 '내가 잠들기 전에' 스틸컷
    ▲ 영화 '내가 잠들기 전에' 스틸컷
    영화 ‘내가 잠들기 전에’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한 여자의 진실 찾기를 담고 있다. ‘기억 상실’로 인한 공포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한데, 그 누구도, 심지어 자신조차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크리스틴은 자신이 남긴 영상 일기를 토대로 점점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고, 그와 함께 사건의 진실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다.

    엄청난 긴장감으로 시작한 영화는 그 긴장감을 끝까지 지속하지 못한다. 크리스틴 입장에서는 충격적일지 모르지만, 수많은 반전을 겪은 요즘의 관객에게 결말의 반전을 예측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덕분에 초·중반을 가득 메웠던 긴장감은 어느새 사라지고, 영화의 스릴러로서의 매력은 반감되고 만다.

    하지만 그럼에도 흡입력 있게 관객을 끌고 가는 니콜 키드먼(크리스틴 역), 콜린 퍼스(벤 역), 마크 스트롱(내쉬 역) 주연 3인방의 흠잡을 데 없는 명품 연기 덕에 영화는 볼만하다. 크리스틴의 불안한 상황을 대변하듯 극의 긴장감을 한층 높여주는 날카로운 선율의 배경음악도 영화의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 영화 '내가 잠들기 전에' 스틸컷
    ▲ 영화 '내가 잠들기 전에' 스틸컷
    영화의 원작은 동명 소설 ‘내가 잠들기 전에’다. S. J. 왓슨의 데뷔작이기도 한 소설은 2011년 등장과 동시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영화 속 크리스틴은 매일의 기록을 디지털카메라 영상으로 기록하지만, 소설 속 크리스틴은 노트에 매일의 기록을 일일이 적어 내려간다. 글로 쓴 내용이 얼마나 생생할까 싶겠지만, 소설은 기억을 잃기 전 크리스틴의 직업을 소설가로 설정해 사진만큼 생생하게 기억을 재현할 수 있게 했다.

    영화보다 훨씬 많은 에피소드를 담은 소설은 상당히 치밀하다. 덕분에 쉽게 볼 수 있는 영화와 달리 소설은 읽는 데 다소 힘이 든다. 하지만 소설은 그만큼 더 흥미진진하다. 반전의 결말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읽어도 그 재미가 떨어지지 않아, 작가를 단숨에 스타덤에 올려놓은 소설의 저력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들 정도다.

    ‘내가 잠들기 전에’는 개인의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것 같다. 내면의 갈등이 빚어내는 촘촘한 스릴러를 경험하고 싶다면 소설을, 편하게 볼 수 있는 색다를 스릴러를 원한다면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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