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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란 죄인을 특정 지역에 보내 강제적으로 살게 하는 형벌로 ‘유배 살이’ 또는 ‘귀양살이’라 불렸다. 유배는 무기징역처럼 기한이 없어 사형 다음의 중벌로 여겨졌다. 유배의 기원은 정확하지 않지만, ‘삼국사기’에 유배에 관한 기록이 남아있어 삼국시대에 이미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무오사화, 갑자사화, 기묘사화 등 사화가 잦았던 조선시대에는 유배가 일반적이라 할 정도로 많았다. 조선 관료 4~5명 중 1명이 유배를 경험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들 관료는 유배 후 풀려 복귀하는 경우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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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무게에 따라 정해지는 ‘유배지’
유배지는 죄의 성격과 무게에 따라 달리 결정했다. 조선 시대 형법은 중국 명나라 법인 ‘대명률’을 따르고 있었는데, 이 법에 따라 유배지도 2천 리, 2천500 리, 3천 리의 세 등급으로 나누어졌다. 하지만 조선은 중국과 달리 땅이 좁아 실제 3천 리 거리의 유배지를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세종 12년 죄인의 거주지와 죄의 등급에 따른 유배지 규정을 새로 마련하기 전까지는 일부러 유배지까지 빙빙 돌아가는 방법으로 정해진 거리를 채우기도 했다.
‘의금부노정기(義禁府路程記)’에 의하면 전국에서 유배지로 이용된 곳은 336개 고을로, 사실상 전국이 모두 유배지였다. 특히 중죄인은 이탈이 어려운 외딴 섬으로 유배를 보냈는데, 이중 제주도, 거제도, 흑산도가 조선 3대 유배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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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유배의 유형’
유배는 크게 ‘본향안치’, ‘절도안치’, ‘위리안치’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본향안치’는 죄인을 고향에 보내 유배한 것으로 비교적 가벼운 형벌이었고, ‘절도안치’는 무인도나 섬으로 보내는 유폐시키는 것이었다. ‘위리안치’는 집 주위에 울타리를 설치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중벌이다.
위리안치의 울타리는 주로 탱자나무 등의 가시나무를 이용해 5~9m 정도의 높이로 만들어 외부와 완전히 차단됐다. 또한, 열흘에 한 번 오는 먹을거리를 받는 것 외에 다른 사람과 만날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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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에 따라 대우가 다른 ‘유배길’
유배를 떠나는 길은 신분에 따라 대우가 달랐다. 천민이나 평민은 해당 지역의 포졸이 호송했고, 빨리 유배지에 도착하기 위해 밤에도 이동했다. 반면 관직자는 나장(당하관), 서리(당상관), 의금부 도사 등이 직접 호송을 맡았고, 평민들과 달리 정해진 시간에만 이동했다.
유배 길의 비용은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관직자는 나라에서 말을 지급하기도 했다. 금전적 여유가 되면 직접 말을 사거나, 가족과 노비를 데리고 갈 수도 있었다.
유배와 복직이 반복되는 일이 잦았던 고위 관직자들은 유배길에 친족이나 지방 수령, 친구들의 환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복귀 가능성이 낮은 관료나 일반인 유배자는 끼니를 거르기도 하며 고통스러운 유배길을 떠나야 했다. 이외에 유배지가 섬인 경우에는 가는 길에 풍파로 죽거나 일본, 중국으로 표류하는 경우도 많아 조정에서는 그들을 찾기 위해 수색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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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시대 유배 / 영상=네이버 지식백과
풍족하거나 빈곤하거나 했던 ‘유배 생활’유배인의 생계는 유배지가 된 고을에서 책임져야 했다. 고을 주민들이 먹을 것이나 돈을 거둬 유배인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에, 유배인은 사람들에게 달가운 존재가 아니었다.
유배인이 오면 고을 수령은
‘보수주인’을 정해 관리를 맡겼다. 보수주인은 유배인을 감시하고 의식주를 책임지는 사람인데, 보수주인의 형편이 어려우면 유배인 스스로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영조 때에는 전라감사가 유배 온 사람이 너무 많아 고을 사람들이 굶고 있어 유배된 사람들을 다른 지역으로 옮겨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정조 12년에 한 고을에 유배인이 10명을 넘지 않도록 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유배인은 본가에서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보내줘 넉넉하게 보냈다. 반면 형편이 안되는 유배인은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거나, 글씨를 써서 팔거나, 장사하거나 동냥을 하기도 했다.이외에 담당 고을 수령이 한 달에 두 차례씩 유배지 내에 죄인이 도망하지 않고 잘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인
점고도 유배인의 의무였다. -
: 의금부가 죄인들의 유배지를 기록한 책.
: 유배인을 감시하고 의식주를 책임지는 사람.
: 한 달에 두 차례씩 죄인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