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박 4일, 동북 미디어 투어단과 함께 둘러본 도호쿠의 순수한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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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東北)지방에서 일본 관측 사상 최대인 9.0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강진 발생 이후 초대형 해일이 센다이 등 해변 도시를 덮쳤고, 도쿄 인근 수도권 일대까지 건물 붕괴 및 대형화재가 잇따르며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그로부터 6년이란 세월이 흐른 지금 이곳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3박 4일간 동북 미디어 투어단과 함께 동북 지역을 직접 방문했다. 첫날 일본 3대 절경인 마츠시마(松島)를 시작으로 동북 유일의 국영공원 미치노쿠 숲의 호반공원(みちのく杜の湖畔公園), 동화 속 설경을 그려내는 요네자와 우에스기 눈등롱 축제(米沢上杉雪灯篭まつり), 우윳빛 온천수를 자랑하는 자오온천(蔵王温泉) 등 주요 명소를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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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차 "일본 3대 비경 마츠시마를 만나다"
센다이 공항에 도착한 이들은 곧장 일본의 3대 비경 중 하나인 마츠시마로 향했다. 이곳은 26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섬들이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마츠시마는 일본에서 유명하지만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소 중의 명소다.
이곳의 크고 작은 섬들이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데, 특히 해 질 녘 푸른 바다와 맞닿은 붉은 노을은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낸다. 이곳에서 꼭 봐야 할 곳은 마츠시마의 상징인 고다이도(五大堂)와 즈이간지(瑞巌寺), 엔츠인(園通院)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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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곳의 상징이라 불리는 고다이도를 찾았다. 이곳은 지난 807년 건립했고, 1604년 다테 마사무네가 재건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건물 안에는 불교 오대명왕상(五大明王像)이 안치돼 있으며 이는 33년을 주기로 공개를 한다.
고다이도로 향하려면 붉은 다리 두 개를 넘어야 하는데, 제법 긴장감이 넘친다. 밑바닥 사이로 바닷물이 넘실대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 이는 과거 에도시대에 제작한 것으로 오대명왕상을 만나기 전 정신을 집중하고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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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찾은 곳은 고다이도에서 도보로 약 15분 거리에 있는 즈이간지 절이다. 절 정문을 지나 본당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하늘 높게 솟은 삼나무 길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함께 동행하던 고성숙 가이드는 "과거 동일본 대지진 때의 피해를 복구하는 중"이라며 "당시 2m가 넘는 쓰나미가 덮쳤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피해가 비교적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가 작은 이유는 앞서 보인 해안선에 비밀이 있어요. 이곳은 리아스식 해안으로 쓰나미가 밀려 올 당시 수많은 섬이 방파제 역을 해줬거든요.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피해가 작었고, 이곳의 관광명소가 유지 될 수 있었던 것이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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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을 들으며 조금 걷다 보니 독특한 건물의 형태가 눈길을 끌었다. 커다란 지붕 위로 굴뚝이 턱 하니 튀어나온 모습이 바로 그것. 이곳은 전국시대 말기에 지어진 건물로 감시탑이나 적의 침입을 알리는 복도 우구이스바리(鴬張) 등 천수각(天守閣)에서 밖에 볼 수 없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둘러본 곳은 마츠시마의 명정원이라 불리는 엔츠인이다. 이곳은 다테 마사무네(伊達政宗)의 손자, 미츠무네(伊達光宗)를 모시는 곳이다. 사당에는 하세쿠라쓰네나가(支倉常長)가 로마에서 가지고 온 장미꽃이 그려져 있다. 이 밖에 이곳에는 연분을 맺어주는 관음보살과 칠복신의 정원, 하늘의 정원, 땅의 정원 등 각각의 주제를 가진 볼거리로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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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차 "순수한 자연을 품은 도호쿠 겨울에 빠지다"
다음 날 아침 투어단이 방문한 곳은 '미치노쿠 숲의 호반공원'이다. 이곳은 남쪽지구, 북쪽지구, 사토야마지구 총 3개로 구성돼 있는데, 남쪽지구는 사계절을 대표하는 화려한 꽃들을 만날 수 있고, 북쪽지구에는 놀이시설과 캠핑장 등이 마련돼 있다. 마지막 사토야마 지구는 산림으로 이루어져 있어 환경에 대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공원에서 만난 우치야마 세이지씨(공원관리 부센터장)는 "이곳은 동북지방의 유일한 국영공원"이라며 "겨울철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가마쿠라 축제"라고 말했다. 매년 겨울이면 이곳에서 '가마쿠라 축제'를 개최하는데, 주말을 중심으로 수제 체험교실, 눈썰매 타기 등의 다양한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이날 투어단에게 가장 인기가 좋았던 이벤트는 바로 눈썰매 타기였다. 카메라 등의 취재 장비를 내려놓고 썰매를 타는 모습은 순수한 어린아이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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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곳에는 동북에 위치한 6개의 현(아오모리, 이와테, 아키타, 미야기, 야마가타, 후쿠시마)의 역사와 문화, 전통을 엿볼 수 있는 민속촌도 마련돼 있다. 이곳 각각의 민가에는 영상이나 모형 등을 전시해 놓았고, 이를 통해 과거 일본인의 삶과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계절에 따라 민가나 논밭을 이용한 체험학습도 가능하다.
이날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아부쿠마강(阿武隈川)이다. 이곳에서 뱃놀이한다는 말에 '이렇게 추운 겨울 뱃놀이가 가능할까?'란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나룻배에 탑승하는 순간 그 의심은 눈 녹듯 사라졌다. 배 가운데 코타츠가 설치돼 있어 따뜻한 온기가 온몸을 감싸줬기 때문이다. 여기에 얼어붙은 몸을 녹이기 충분한 나베세트도 마련돼 있었다. 팔팔 끓어진 요리를 먹으며 주변 경관을 감상하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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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차 "도호쿠, 잊지 못할 겨울 매력을 만나다"
셋째 날 투어단이 처음으로 찾은 곳은 요네자와(米沢)의 우에스키눈등롱축제(上杉雪灯篭まつり)다. 매년 2월 둘째 주 주말, 마츠가사키공원(松が岬公園) 일대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약 300개의 등롱과 1,000여 개의 작은 호롱이 동화 속 풍경을 그려낸다.
축제는 지난 1997년 2월 지역 주민들이 술을 마시며 눈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도중 "눈 속에 촛불을 켜면 어떻게 될까?"란 질문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한 주민이 눈으로 등롱을 만들고, 그 속에 촛불을 켜니 은은한 오렌지빛이 환상적인 모습을 그려냈다. 이를 본 주민들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우리만 즐길 것이 아니라 많은 시민과 함께 즐기자"고 한 뒤 축제로 발전시킨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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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을 걷다 보니 일본을 대표하는 영화 '러브레터'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여 주인공이 눈밭에 누워 있는 장면은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투어단 또한 이 장면이 생각났는지 눈밭에 누워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축제장을 둘러본 뒤에는 인근 주조장을 찾았다. 토코노사카구라(東光の酒蔵)라 불리는 이곳은 에도시대부터 술을 제조한 곳으로 약 4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또한 동북에서 가장 큰 주조장으로 이곳 지역에서 나는 풍부한 물과 양질의 쌀을 이용해 맛있는 술을 만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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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자오(蔵王)다. 그 중에서도 수빙(樹氷)을 보기 위해 자오로프웨이(蔵王ロープウェイ)를 찾았다. 해발 1,661m 산 정상으로 향하는 로프웨이는 환상과 아찔함을 동시에 선물한다. 사방으로 펼쳐진 설국의 풍경은 그야말로 환상적이고, 세찬 바람에 흔들리는 곤돌라는 아찔함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정상에 내려 수빙을 내려다보니 더욱더 환상적이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반짝반짝 빛내는 수빙의 모습은 환상 그 자체다. 그래서일까.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도 투어단은 이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투혼의 힘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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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자오온천(蔵王温泉)마을이다. 이곳은 서기 110년경 발견된 역사가 깊은 온천이다. 당시는 다카유온천(高湯温泉)으로 불렸지만, 1950년부터 자오의 자연과 함께 관광객들이 친근하게 즐길 수 있도록 자오온천이라 부르게 됐다.
이곳의 온천수는 우윳빛으로 '유노하나(湯の花)'라 불리는 강산성 유황천이다. 이는 일본 온천에서 보기 드문 것으로 피부가 따끔따끔한 느낌이 있다. 몸에 작은 상처를 입은 사람에게는 소독하는 효과가 있어 인기가 좋다. 참고로 이곳 온천수는 강산성을 띄고 있으므로 액세서리를 반드시 제거한 후에 입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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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박 4일 간 둘러본 동북지역은 바다와 산, 강과 평야가 잘 어우러져 아름답고 살기 좋은 천혜의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일본 도심에서 볼 수 없는 명승지와 온천, 역사, 축제, 미식 등 각각의 취향에 맞춰 충분히 여행을 계획할 수 있는 지역임이 분명했다.
이번 일정에 참석한 투어단은 "기존 생각했던 동북지역의 이미지와 달리 일본 겨울 여행지로 충분히 매력적인 곳", "좋은 사람들과 좋은 추억을 쌓기에 더없이 좋은 곳", "설국과 온천 그리고 맛있는 음식까지 겨울 여행의 모든 것을 만족 시켜주는 곳" 등 간단한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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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인천공항에서 센다이까지 직항은 매일 운항하고 있다. 9시 50분에 출발하는 목요일 편을 제외하고는 매일 9시 30분 출발한다. 비행시간은 약 2시간 10분이고, 돌아오는 항공편은 센다이 12시 40분 출발로 소요시간은 약 2시간 3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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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미디어취재일본팀 하성기 jap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