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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vs. 영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기사입력 2017.02.14 16:07
  • 다섯 살 꼬마 제제의 이야기를 담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는 브라질 작가 주제 마우루 데 바스콘셀로스의 자전적 소설로 1968년 출간되었다. 출간 당시 브라질에서 유례없는 판매기록을 세운 소설은 이후 전 세계 32개국 이상의 국가에서 번역 및 출판되어 수천만 부 이상 팔리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소설은 1985년 재출간 된 후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열풍을 일으켰다. 입소문을 타고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른 소설은 지금까지 청소년 필독서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런 소설의 인기에 대해 옮긴 이는 포르투갈인의 순수한 감수성과 예민함이 우리의 정서와 닮아있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 주인공 제제는 고단한 삶으로 인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조숙한 꼬마다. 빈곤에 찌든 생활만으로도 벅찬 어른들은 제제의 남다른 감수성과 영특함을 돌봐줄 여력이 없다. 심한 장난과 말썽을 부리는 제제는 그저 ‘작은 악마’로 여겨질 뿐이다.

    제제는 어른들의 무관심과 매질 속에 자라지만, 아이다운 천진난만함과 순수함을 잃지 않는다. 라임 오렌지 나무 밍기뉴를 친구 삼아 마음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고, 상상의 나래로 환상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제제의 현실은 불우하지만, 제제가 꿈꾸는 세계는 더없이 아름답기에 소설은 독자들의 가슴에 먹먹하고 애잔한 울림을 남겨놓는다.

    제제의 이야기는 포르투갈 사람인 마누엘 발라다리스, 일명 뽀르뚜가 아저씨와의 우정을 다룬 2부에서 절정을 이룬다. 달리는 차 뒤에 매달리는 장난을 하다 뽀르뚜가에게 공개 망신을 당한 제제는 처음에는 그를 원수로 여기지만, 이들은 곧 둘도 없는 비밀친구가 된다. 제제의 감수성과 가능성을 제대로 알아본 유일한 어른인 뽀르뚜가가 상처받은 제제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며 부드럽게 감싸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제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된 뽀르뚜가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해 제제 일생에 최대의 슬픔을 안겨준다.

    어린 제제가 겪은 삶의 고통과 슬픔은 아이에서 어른으로 한 발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긴 하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어른이 되어 버린 제제의 모습은 “나는 이 책을 수없이 읽었어도 읽을 때마다 마음 아파 눈물을 흘린다”는 옮긴 이의 고백처럼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 영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스틸컷
    ▲ 영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스틸컷

    소설은 2012년 브라질에서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이렇게 유명한 원작을 둔 영화는 잘해야 본전이기 십상이지만, 영화는 생각보다 잘 만들어졌다. 제제 역의 배우가 너무 통통하다는 것만 빼면 원작에 충실한 영화는 볼만하다. 밍기뉴와 제제의 환상 세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소설에서는 놓치기 쉬운 제제 아빠의 고통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영화만의 장점이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는 보는 이의 가슴에 많은 울림을 남기는 작품이다. 작품이 전해주는 메시지는 소설이나 영화나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꼬마 제제의 사랑스러움과 가슴 아린 슬픔, 아련함 등은 소설이 영화보다 단연 앞선다. 소설과 영화 무엇을 보더라도 후회는 없을 테지만, 30년이 넘게 필독서로 꼽히는 소설만큼은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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