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1월 읽을만한 책] 모자를 보았어

기사입력 2017.01.29 00:01
존 클라센 저/서남희 역 | 시공주니어
  • 존 클라센은 모자 전문가다. ‘내 모자 어디 갔을까?’로 혜성처럼 나타나더니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로 주요 그림책 상을 휨쓸면서 장안의 지가를 올렸고, 이제 ‘모자를 보았어’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두 거북이 모자 하나를 두고 벌이는 욕망의 관계. 둘 다 못 가질 바에야 모자를 그냥 놔두자고 거북1이 제안하지만 거북2는 못내 욕망을 떨치지 못한다. 거북1이 잠든 한밤중에 거북2가 모자를 향해 슬그머니 다가가지만 꿈속에서 둘 다 모자를 가졌다는 거북1의 말에 모자로 향하던 발길을 친구 곁으로 돌린다. 두 거북이 똑같이 모자를 하나씩 쓰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마무리에 마음이 따뜻하게 그득해진다.

    앞의 두 편이 훔치고, 쫓고, 깔아뭉개고, 잡아먹는 욕망의 극단을 보여주는 데 반해 이번에는 초탈이 그려진다. 앞 책들에 담긴 옛이야기적 폭력성에 흠칫하던 독자도 이 책에서는 마음을 푹 놓을 것 같다. 무심한 듯 장난스럽지만 그러면서도 군더더기 하나 없이 간결하고 예리한 그림에, 욕망에 관한 이런 양 극단의 메시지를 담아내는 솜씨는 정말 놀랍다.

    클라센은 아마도 이 작품으로 모자 삼부작을 완결 지을 듯하다. 여기서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남아 있을까. 그렇지만 그 예상을 뛰어넘는 또 다른 모자 이야기가 나온다면 클라센의 팬으로서 환호작약을 아끼지 않을 것 같다.

    | 추천자: 김서정(중앙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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