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은 저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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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인들은 크리스마스이브에 혹여 올지도 모를 예수님을 위해 식탁에 빈자리를 마련한다. 크리스마스에 갈 데 없는 사람을 위한 자리이기도 하다.
1951년부터 1959년까지 폴란드에서 자라고 교육받은 북한 고아가 6,0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폴란드학교에서 정규수업을 받고 북한에서 파견 나온 교사들로부터 공부와 예능수업을 받았다. 북한으로 돌아간 고아들, 그 아이들을 가르쳤던 폴란드 교사의 그리움, 그리고 크리스마스의 빈의자가 소설의 모티브다.
아이들을 가르쳤던 교사는 어느덧 할머니가 되었고 치매증세를 앓고 있다. 다른 기억은 잃었지만 고아들과 함께했던 시간을 기억하는 할머니, 크리스마스에 그 아이들을 초대하고 싶어한다. 할머니의 식탁에 초대된 라아. 우연한 기회에 마주친 적이 있는 두 사람이 만났다. 라아는 자폐아 오빠를 가진 한국여성이다. 한 남자의 계략에 라아 가족 전체가 괴로움을 당하던 중 죽음을 결심하고 폴란드에 왔다가 극적으로 모든 오해가 풀린다.
비밀을 안고 있는 두 나라 가정, 북한 고아들, 폴란드라는 여전히 낯선 나라, 신비하고 오묘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는 두 나라를 오가며 직조된다. 이국적인 풍경과 어디나 있기 마련인 아픈 삶들, 묻힐 뻔한 역사를 잘 버무렸다. 어둡고 암울한 기운이 따뜻하고 밝게 마무리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게 강점이다. 연말연시에 생을 다지는 기분으로 읽으면 좋을 소설이다.
| 추천자: 이근미(소설가)
- 편집= 김정아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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