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1월 읽을만한 책] 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

기사입력 2017.01.07 00:01
애덤 니컬슨 저/정혜윤 역 | 세종서적
  • '노트북'이라는 영화에서, 제재소에서 땀 흘리고 돌아온 노동자 아들과 흰 머리 가득한 아버지가 블레이크, 에머슨, 워즈워스 등의 시집을 낭독하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다. 레마르크 소설에 등장하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포켓북을 놓지 않았던 청년들은 돌아가 각자의 조국에서 지성 집단을 이루었을 것이다.

    애덤 니컬슨은 북대서양을 횡단하는 거친 모험 속에서 호메로스를 만났다. 몰아치는 파도와 맞선 극한 상황에서 학창 시절에는 따분함의 절정이었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다시 읽으며 그는 서양 문명의 원시림이었던 기원전 2000년의 세계로 깊숙이 들어갔다.

    저자는“호메로스는 누구이며, 그가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서양 문학이 탄생하고 문화가 태동되던 지중해의 현장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그는 풍부한 사료 분석과 현장 답사를 통해 호메로스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밝히는 한편, 호메로스가 어떻게 전파되고 어떤 과정을 겪으며 서양 정신의 토대가 되었는지를 낱낱이 추적한다.

    판본의 상이점과 오역에 얽힌 긴 논쟁, 문학적 가치에 대한 상반된 평가 등이 우리가 다 아는 문학사의 주요 문인들의 입을 통해 생중계되는 구조가 참 재미있다. 그래서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뽑은 '뉴스테이츠먼'은“마음을 설레게 하는 오묘한 책 하나가 호메로스에 대한 우리의 시야를 넓혀 준다. 페이지마다 과녁을 맞히는 뭔가가 있다”고 평가했을 것이다.

    나의 눈이 딱 머무른 문장은?“오디세우스는 지중해가 아니라 한 인간이 삶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욕망을 항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들은 저 멀리 있는 창조자가 아니고 우리 안에 있는 요소들이었다.”

    | 추천자: 강옥순(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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