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원 저 | 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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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과 통일은 우리의 뇌리 속에서 끊임없이 가능성과 좌절의 언어로 작동해 오고 있다. 우리들은 기회가 있으면 압록강과 두만강을 따라 걷고 백두산에 올라서서 갈 수 없는 북녘 땅을 바라보며 안타까움과 허탈감으로 민족사의 슬픈 현실을 이야기 한다. 문제는 분단의 현실과 통일의 가능성을 현실 속에서 살펴보는 일 보다 그냥 이념적으로 바라보기만 한다는 점이다.
인류학자인 저자는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마주한 국경도시 중국 단동시에서 한국인, 조선족, 북한사람, 중국인 등 네 범주의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공존의 도시를 형성하고 있는 현실을 오래 동안 조사연구를 해 왔다. 그는 압록강이 민족을 분단하고 왕래를 차단하는 경계가 아니라 오히려 현실적으로는 다양하게 남북이 교류하고 공생하는 통로의 기능을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념과 국가체제와 역사인식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정치적 정체성을 지닌 채 상호 작용하는 관계 속에서 일상의 세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모습을 서술한다. 또한 남북의 사람들이 식당, 상점, 백화점, 오락, 공장, 무역, 관광 등의 영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의존하며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실제적인 삶의 현장들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은 남북의 대치와 경쟁의 이면에는 공존과 공생의 제삼의 일상세계가 또한 있다는 것을 알려주며 우리에게 경직된 이념 경쟁의 틀을 벗어나서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파악이 더 중요함을 깨닫게 해준다. 그러므로 독자들은 네 범주의 사람들이 형성하는 단동의 특별한 공존의 세계를 통하여 통일의 길을 새로운 각도에서 재고하는 화두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추천자: 김광억
- 편집= 김정아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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