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철 저 | 너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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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렇게 착한 사람이 어떻게 그런 일을? …”
개인적으로 알던 사람이 평소의 성품과는 너무 다른 뜻밖의 일을 저질렀을 때 불쑥 튀어나오는 말이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관용적 표현도 우리 귀에 익지만, 그런 사람이 법을 어기고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뉴스에 등장한다. 평소에는 그렇게 예의바르고 조용하던 청년이 고양이를 잔인하게 죽인다거나, 알고 보니 여성만 노린 연쇄살인자로 드러난 사례도 더러 있다. 그런가 하면, 혼자 있을 때 하는 행동과 어떤 단체의 일원으로서 하는 행동에도 차이가 많다. 어떤 집단이나 군중심리에 휘말리다보면 평소의 개인으로서는 도저히 하기 힘들었을 과격한 언행도 여반장으로 자행하고 심지어 손에 피 묻히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도덕적 인간들이 만드는 사회가 곧 도덕적 사회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비도덕적 아비규환의 사회를 건설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이 책은 바로 왜 착한 사람들이 악한 정치를 할까라는 역설적인 질문에 대하여 조선시대의 역사 경험을 통해 설득력 있는 답을 제공한다. 수기치인(修己治人)의 유교 덕목을 몸소 실천하는 데 힘쓴 유학자 개개인은 선비처럼 우아하게 보이지만, 그들이 정치무대에서 벌인 당파싸움은 참혹한 살육을 지속적으로 동반한 ‘나쁜 정치’의 좋은 사례이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소통보다는 자기만이 옳고 상대방은 그르다는 독선적 근본주의 경향이 몸에 익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대한민국에도 상식적인 대화보다는 진영논리와 흑백논리가 편만해 있다. 그래서 더더욱 진지하게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 추천자: 계승범
- 편집= 김정아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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