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만 저 | 문학의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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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아내가 세상을 떠난 지 사흘 만에 독감으로 생을 마감한 에곤 실레. 성(性)과 죽음이 생생하게 담긴 작품에 대한 눈총이 누그러지고 화가로 만개하려던 시점에 사라졌다. 28세, 아까운 나이였다.
소녀를 모델로 한 누드화가 문제되어 24일간 구속된 적이 있는 에곤 실레는 나치 정권에 의해 ‘퇴폐화가’로 몰렸고, 한동안 미술사에서 지워졌다. 1970년 들어 뉴욕에서부터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한 실레는 사후 100년을 2년 앞둔 지금, 세계적인 예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신문사 편집국장을 지낸 임순만 작가는 문학담당 기자 시절부터 향기를 뿜는 문장가로 풍미했던 인물이다. 오스트리아를 세 번 방문, 치밀하게 취재한 후 1년 넘게 다듬은 작품을 선보여 미술과 문학에 풍덩 빠지게 만든다. 에곤 실레의 그림을 표현하는 유장하고 세밀한 문장과 겹겹이 숨어 있는 이야기가 독자를 한없이 끌어당긴다. 20세기 유럽 예술사를 순례하는 도중에 에곤 실레에게 영향을 미친 구스타프 클림트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이 소설은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 소녀 제인이 미술사학자로 성장해 빈을 여행하며 실레를 탐구하는 내용과 에곤 실레의 삶이 교차하는 액자형식이다. 제인은 단순한 화자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굴곡진 인생을 드러내며 실레를 깊이 탐구하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400페이지에 이르는 적지 않은 양에 예술과 인생을 잘 농축하여 담았다. 에곤 실레의 강렬한 그림을 감상하면서 그의 삶을 상상한 뒤 소설을 읽으면 감동이 더할 것이다. 날이 갈수록 관심이 높아지는 에곤 실레를 외면하는 건 중요한 기회를 놓치는 일이다. 임순만 작가와 함께 빈으로 떠나자.
| 추천자: 이근미
- 편집= 김정아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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