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희 저 | 아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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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가 경험한 역사는 근대화와 서구화의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는 입장과 견해의 차이를 떠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수밖에 없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학문, 종교체제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적 삶의 방식에서도 자연스럽게 서구적인 가치를 내면화하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가진 우리들에게 서구의 사상체계를 올바르고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학문적 노력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기도 할 것이다.
저자인 남경희 교수는 이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서 서구정신의 원형을 찾아 나섰고 이 책은 바로 그와 같은 지적 작업의 훌륭한 성과물에 해당한다. 저자는 고대 희랍어와 정신 보편주의의 관계에 대한 논의에서 시작하여 철학적 사유의 궁극적 대상인 진리개념, 그리고 이를 가장 모범적으로 실천한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학문방법론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희랍의 생사관이기도 한 프시케 이론을 통해 삶과 죽음의 근본적 문제와 관련된 윤리적 물음을 던짐으로써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마치 철학자가 된 것 같은 묵직한 사색의 경험을 선사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평생 한 길을 걸어온 원로 철학자로서의 학문적 깊이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구적 사고의 원형이 갖는 역사문화사적 의미를 거듭 일깨워주고 있다. 부피는 작지만 울림은 큰 책이다.
| 추천자: 허남결
- 편집= 김정아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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