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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로 뒤지던 NC가 모처럼 득점 기회를 잡았다. 8회초 선두 타자 이호준이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로 출루하자 NC에서는 이호준을 빼고 도루왕 출신 김종호를 투입했다. 그리고 김성욱 타석 때 지석훈을 대타로 내세웠다. 안타도 좋지만 번트로 안전하게 주자를 득점권에 가져다 놓겠다는 계산이었다. 신인보다는 노장이 더 잘 해내 주리라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석훈의 번트 타구는 두산 투수 장원준 앞으로 향했다. 마치 고이 갖다 바치는 모양새였다. 지석훈의 타구를 잡은 장원준은 지체하지 않고 2루로 뿌렸고, 공을 받은 유격수 김재호가 다시 1루로 던져 병살을 완성시켰다. 재수가 없으면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처럼 NC로서는 재수를 탓할 수밖에 없었다.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보여준 것은 손시헌 대신 타석에 들어선 모창민이었다. NC는 모창민의 좌측 안타에 이어 김태군 대신 대타로 나선 권희동의 안타로 2사 1, 3루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종욱이 두산 선발 장원준으로부터 좌전 안타를 뽑아내면서 기어코 동점을 만들었다. NC가 창단 후 한국시리즈에서 첫 득점을 올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NC의 감격적인 순간은 그리 오래가지 못 했다. 8회말 2사 3루에서 NC 선발 투수 해커의 폭투로 허무하게 점수를 내주더니 4번 타자 김재환에게는 솔로포까지 허용하고 말았다. 그 뒤를 이어 에반스의 2루타와 오재일의 적시타, 양의지의 2루타가 연속으로 터졌고 순식간에 스코어는 5:1로 벌어졌다. NC의 희망은 어느새 절망으로 변하고 있었다.
30일 잠실에서 열린 한국 프로야구(KBO 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두산이 NC를 물리치고 2연승을 올렸다. 정규리그 우승 팀이 두산은 84억의 사나이 장원준이 NC 타선을 1실점으로 틀어막는 사이, 8회에만 4점을 뽑아 넉 점 차 승리를 이끌어냈다. 안타 수는 10:9로 NC가 하나 더 많았지만 집중력에서 승부가 갈렸다.
NC 김경문 감독은 두산 감독 시절을 포함해서 잠실 악연을 계속 이어가게 됐다. 2005년, 2007년 그리고 2008년 두산 감독으로 잠실에서 한국시리즈를 치른 김 감독은 2005년 2번(삼성), 2007년 3번(SK), 2008년 3번(SK) 등 8연패를 기록했고 이번에도 2번 모두 패함으로써 10번의 한국시리즈 잠실 경기에서 모두 패하는 악연을 끊지 못 했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은 “2년 동안 포스트시즌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터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뜻대로 되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투수 쪽에서 밀린다. 1, 2 선발은 해볼만하지만 3, 4 선발은 밀릴 수 있어 타자들이 쳐야 한다”며 마산 경기에서 타자들의 분전을 당부했다.
- 김도광 unm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