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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선두 타자 히메네스가 출루했다. 이번에도 볼넷이었다. 이 경기에서만 무려 16번째 볼넷이었다. 다음 타자 오지환의 볼넷이 아니라 당당하게 안타로 출루했다. LG의 5번째 안타였다. 무사 1, 2루에서 LG는 최대한 안전을 선택을 했다. 1회부터 시작해서 무려 6번의 만루 기회를 무산시켰으니 누구라도 같은 생각이었으리라.
채은성의 번트로 무사 1, 2루가 1사 2, 3루로 변했다. LG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양했다. 안타면 가장 확실하겠지만 외야 플라이도 좋고 느린 내야 땅볼도 나쁘지 않았다. 투수의 폭투나 보크, 또는 포수의 포일도 득점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1차전에서 NC가 9회말 스퀴즈를 시도했던 것처럼 스퀴즈도 해볼만했다. LG로서는 점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야 했다.
반대로 끝내기에 몰린 NC는 두 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정면으로 승부할 것인가 아니면 고의4구로 7번째 만루를 만들어줄 것인가. 정면 승부로 실점 없이 타자만 잡을 수 있다면 그처럼 좋은 상황도 없겠지만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그야말로 도박과 같은 일이었다. 그와 달리 만루가 되면 포스 아웃 상황이므로 더블 플레이도 쉬워진다.
고의4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NC 여섯 번째 투수 김진성은 스트라이크 존으로 공을 던졌다. 포수 김태군 역시 고의4구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 대타로 나선 양석환이 몸 쪽으로 들어온 공을 놓치지 않고 방망이를 휘둘렀다. 투수 앞으로 향하는 타구. 제대로 잡았다면 3루 주자가 홈에서 객사하거나 3루와 홈 사이에서 협살당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양석환의 타구는 투수 김진성의 글러브에 맞고 유격수 방향으로 튀었다. 손시헌이 급하게 잡아 홈으로 던지려 했으나 이미 3루 주자 히메네스가 홈으로 파고든 후였다. LG가 1회 2사 만루에서 밀어내기로 1점을 뽑은 후 연장 11회말 두 번째 득점을 챙겨 플레이오프 첫 승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2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와 LG의 플레이오프 3차전은 역대급 경기로 치러졌다. LG가 NC로부터 얻어낸 사사구가 무려 16개(볼넷 13, 몸에 맞는 공 3)에 달했고, NC 역시 9개의 사사구(볼넷 6, 몸에 맞는 공 3)를 얻어냈다. 한 경기에서만 무려 25개의 사사구가 나온 것이다. LG 2번 타자 이천웅은 6번의 타석에서 5번을 사사구(볼넷 4, 몸에 맞는 공 1)로 출루하기도 했다.
LG는 1회 무사 1, 2루를 시작으로 11회까지 모두 22번을 출루했다. 안타는 6개에 불과했으나 사사구 16개를 얻어내면서 여섯 번의 만루 기회까지 잡았었다. 그러나 득점이라고는 1회에 밀어내기로 얻어낸 1점과 11회 끝내기로 뽑은 1점이 전부였다. LG의 잔루는 19개였고, NC도 14개의 잔루를 남겼다. 두 팀의 잔루를 합하면 33개나 된다.
두 팀의 답답한 공격은 수비에서 위로받을 수 있었다. 3회말 2사 1, 3루에서 LG 김용의의 타구를 NC 중견수 김준완이 다이빙캐치로 잡아낸 데 이어 8회말에는 2사 만루에서 LG 채은성의 타구를 NC 우익수 나성범이 다이빙캐치로 잡아냈다. 11회초 2사 1, 2루에서는 NC 나성범의 타구를 LG 우익수 안익훈이 전력 질주로 따라가 펜스 앞에서 슈퍼 캐치로 잡아내기도 했다. 병맛으로 표현되는 이 경기의 최고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 김도광 unm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