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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 선두 타자로 볼넷을 얻어 나갔던 1루 주자 제이슨 워스가 라이언 짐머맨의 안타 때 2루를 지나 3루까지 내달렸다. 짐머맨의 타구는 좌측 선상에 떨어져 2루타는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워스가 홈까지 들어오기에는 다소 짧은 타구. 3루에서 멈출 것 같았던 워스는 주루 코치를 보고 홈으로 방향을 돌렸다. 무모해 보였던 워스의 질주는 결국 아웃으로 끝나야 했다. 좌익수의 송구를 받은 포수 그랜달이 홈에서 워스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워싱턴의 자신감이 지나쳤다. 20승에 빛나는 워싱턴의 에이스 맥스 슈어저가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는 점도 한몫했을 것이고, 2회말 대니 에스피노자의 안타로 2루 주자 대니얼 머피를 홈까지 불러들여 선취점을 얻어다는 점도 그 자신감에 힘을 보탰을 것이다. 초반부터 분위기로는 이미 워싱턴이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한 듯 보이기는 했다.
그런 워싱턴을 맞아 LA 다저스는 힘겨운 승부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야말로 꾸역꾸역 막아내는 모양새였다. 선발 투수 리치 힐이 타구에 맞은 데 이어 두 번째 투수 조 블랜튼마저 타구에 맞기도 했다. 그럼에도 마운드를 지키는 투혼을 발휘하기는 했지만 어딘지 불안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3차전에서 막 내린 아메리칸리그나 4차전에서 끝난 샌프란시스코에 비해 5차전까지 몰고 온 것만도 대단하다 싶었다.
워싱턴 선발 투수 슈어저 구위에 눌려있던 LA 다저스가 모처럼 좋은 기회를 잡은 건 5회초였다. 선두 타자 조쉬 레딕의 중전 안타와 작 피더슨의 우전 안타가 이어졌다. 그랜달이 삼진으로 물러나기는 했어도 앤드류 톨레스의 2루수 키를 간신히 넘기는 안타로 1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대타 안드레 이디어가 삼진으로 물러난 데 이어 체이스 어틀리마저 유격수 땅볼에 그쳐 득점에 실패하고 말았다. LA 다저스로서는 맥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경기의 분수령은 7회였다. 6회말 워싱턴이 이해할 수 없는 주루 플레이로 득점 기회를 무산시킨 후 7회초 다시 LA 다저스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피더슨이 슈어저로부터 동점 솔로포를 쳐냈다. 그 한 방으로 슈어저는 두 번째 투수 마크 젭진스키에게 공을 넘겨야 했으나 LA 다저스의 살아난 기를 누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야스마니 그랜달의 볼넷과 하위 켄드릭의 안타로 LA 다저스는 무사 1, 2루의 기회를 잡았다. 대타 찰리 컬버슨의 번트 실패로 다시 불안감이 고조되기도 했으나 어틀리 대신 타석에 들어선 카를로스 루이스의 역전 적시타가 터졌다. 3번 타자 저스틴 터너는 워싱턴 다섯 번째 투수 숀 켈리를 두드려 2타점짜리 3루타로 연결시켰다. 6회까지 끌려다니던 다저스가 7회에 4점을 뽑아 4:1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비록 역전을 허용하기는 했어도 워싱턴은 7회말 크리스 헤이시의 투런포로 1점 차까지 따라붙을 수 있었다. 클린트 로빈슨의 안타로 동점 주자까지 내보내기도 했다. 다급해진 LA 다저스로서는 최후의 카드를 뽑아들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 3이닝이 남았지만 마무리 켄리 잰슨을 마운드에 올린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마지막 경기가 될 테니 젠슨을 아낄 필요가 없었다.
잰슨이 첫 타자 트레아 터너를 우익수 팝플라이로 요리했지만 브라이스 하퍼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1사 1, 3루의 위기를 맞았다. 넉넉하게 석 점을 앞서가다 1점 차로 쫓긴 후 다시 동점과 역전의 위기까지 맞았으나 3번 타자 제이슨 워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후 4번 타자 대니얼 머피와의 승부를 고의4구로 피한 후 앤서니 랜던을 삼진으로 잡아 위기를 넘겼다.
1점 차 승부는 9회까지 이어졌다. 9회말 워싱턴의 마지막 공격에서 힘이 빠진 잰슨이 하퍼와 워스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자 다저스에서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마운드에 올리는 초강수로 나왔다. 1사 1, 2루에서 공을 건네받은 커쇼는 머피와 디포를 각각 2루수 팝 플라이와 삼진으로 잡고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려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자축했다. 커쇼의 생애 첫 세이브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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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 메이저리그 NLDS 5차전> 워싱턴 vs LA다저스
- 김도광 unm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