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 로이프 저/강주헌 역 | 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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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군가의 부고를 통해 거의 날마다 죽음을 간접경험하면서 살고 있지만 막상 실제로 죽어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시 말해 죽음이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줄 사람은 결코 이 세상에 살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도대체 죽음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유명인사 다섯 사람의 죽음을 자세하게 파헤치고 있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미국의 사상가 수전 손택,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존 업다이크, 영국의 천재시인 딜런 토머스, 그림책의 피카소로 불리는 모리스 센닥이 바로 논의의 대상들이다. 그들은 각자 독특한 방식으로 죽음과 대결했다. 그리고 저자는 그 과정을 너무나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어떤 사람은 죽음을 적대시하고 그것에 정면 도전했는가 하면, 다른 어떤 사람은 죽음이 너무 두려워 섹스에 탐닉하거나 끊임없이 술을 마셔대야만 했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결국 그들은 모두 죽었다. 우리는 이 다섯 사람들의 흥미롭고도 진지한 죽음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나의 죽음’을 어렴풋하게나마 의식하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다. 그것은 어쩌면 이 책이 은연중 노리는 기획의도일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인‘바이올렛 아워(violet hour)’는 T. S. 엘리엇의 '황무지'에서 빌려온 말로 아직 완전한 어둠이 내린 것은 아니지만 곧 칠흑 같은 깜깜함이 찾아올 저녁 무렵의 어느 한 때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우리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가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굳이 ‘바이올렛 아워’라고 표현한 숨은 의도를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적어도 이 책을 끝까지 읽은 사람들은 이제 죽음이란 말보다는 바이올렛 아워란 말을 더 자주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추천자: 허남결
- 편집= 김정아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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