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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의 발칙한 야구이야기] 10월 5일, 메이저리그 소식 '토론토 구장의 김현수 습격사건'

기사입력 2016.10.05 18:39
  • 사진제공: pixabay.com
    ▲ 사진제공: pixabay.com

    7회말이었다. 7번 타자 마이클 손더스 대신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던 멜빈 업튼 주니어가 볼티모어 세 번째 투수 도니 하트의 일곱 번째 공을 받아쳤다. 타구는 외야로 향했고 담장 근처까지 날아갔다. 김현수가 열심히 쫓아가 좌측 펜스 바로 앞에서 공을 잡아냈다. 이때 김현수 옆으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관중이 던진 음료 캔이었다. 김현수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힐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볼티모어의 히든카드로 기대를 모았던 김현수는 5일(한국시간) 열린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2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빅리그 진출 첫해부터 맛보게 된 포스트시즌 승리를 위해 김현수 또한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다. 타석에서도 다부지게 방망이를 거머쥐었고, 수비에서도 부지런히 뛰어다녔다. 그러나 볼티모어도 김현수도 토론토에게는 역부족이었다.

    김현수로서는 잘 하려고 했던 욕심이 오히려 부담이 되었다. 그동안 한국 프로야구(KBO리그)에서 자신의 발목을 잡았던 포스트시즌의 악몽을 완전히 떨쳐냈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결국 네 번의 타석 모두 빗맞은 땅볼에 그치고 말았다. 1회 2루수 땅볼, 4회 1루수 땅볼, 6회 2루수 땅볼, 8회 1루수 땅볼이 전부였다. 그나마 4회 1루수 땅볼 때 히트앤런으로 병살을 면하고 진루타가 될 수 있어 다행이었다.

    토론토 4번 타자 호세 바티스타의 선제 솔로포로 0:1로 끌려가던 볼티모어는 4회 마크 트롬보의 역전 투런포로 전세를 뒤집고 앞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볼티모어의 리드도 오래가지는 못 했다. 5회 에즈키엘 카레라의 적시타로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2루타 2개와 안타 1개로도 역전 점수를 내주지 않고 단 1실점에 그쳤다는 점에 안도해야 했다.

    9회말 정규 이닝 마지막 수비에서 볼티모어는 아찔한 상황을 맞았다. 선두 타자 조쉬 도날슨에게 2루타를 맞고 무사 2루의 위기에 놓였다. 벼랑 끝에서의 선택은 3번 타자 에드윈 엔카나시온을 고의4구로 내보내고 3회 솔로 홈런을 쳤던 4번 타자 바티스타와 상대하는 것이었다. 모 아니면 도였다. 고맙게도 파티스타가 삼진으로 물러났고 러셀 마틴마저 병살타에 그쳐 경기를 연장으로 몰고 갈 수 있었다.

    연장 11회말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볼티모어는 1사 후에 1번 타자 드본 트래비스와 2번 타자 도날슨의 연속 안타로 다시 1사 1, 3루의 위기에 몰렸다. 다음 타자는 9회 고의4구로 내보냈던 엔카나시온. 볼티모어 벤치는 9회와 달리 정면 승부를 선택했다. 한 번은 어떻게 요행이 따랐을지 몰라도 두 번은 안 되리라는 판단이었을까.

    엔카나시온은 오래 기다릴 것도 없이 초구부터 방망이를 휘둘렀다. 외야로 뻗어나간 타구는 그대로 좌측 관중석에 떨어졌다. 볼티모어를 침몰시키는 끝내기 삼점포였다. 이 경기의 승자가 아메리칸리그 최고 승률을 자랑하는 텍사스와 디비전 시리즈를 벌이게 되므로 한국산 타격머신 김현수와 한국산 출루머신 추신수의 만남은 성사될 수 없게 됐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현수는 "초반에 공을 많이 보려고 했는데 쉬운 공을 놓쳤다. 그러다 보니 생각이 많아졌고, 그다음에는 급하게 치다 보니 아쉬웠다. 한국에서 (포스트시즌을) 많이 해봤지만, 이곳에서는 처음이라 생각이 많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경기 내용에 대해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성숙해지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였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 ▲ 포스트시즌에 출전한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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