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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나오셨습니다”, “7천 원이세요”, “품절이신데요” 등 고객 서비스라는 명목으로 무턱대고 ‘-시-‘를 쓰거나 물건에 존칭을 붙이는 잘못된 높임말에 대한 자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제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무턱대고 붙이는 ‘-시-‘나 물건의 존칭 외에도 우리 생활에서 고쳐야 할 잘못된 높임말이 있다. 바로 원어민도 쓰지 않는 외래 명칭의 높임 표현이다.
불필요한 높임말을 적용한 대표적인 외래 명칭으로는 ‘대영박물관’과 ‘욱일승천기’가 있다. -
‘대영박물관’은 1759년 개장한 영국 런던에 있는 초대형 박물관으로,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과 로마의 바티칸 미술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곳이다. 우리에겐 대영박물관이라는 이름이 익숙하지만, 이 박물관의 정식 명칭은 ‘British Museum’ 즉, ‘영국박물관’이다.
영국박물관은 특별전람회 이외에는 입장료가 없다. 소장품 대부분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던 영국 전성기에 다른 나라에서 약탈해 온 것들이기 때문이다. 국제 박물관 헌장에는 자국 물품이 일정 수 이상 되지 않으면 입장료를 받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영국박물관이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과 로마의 바티칸 미술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기는 하지만, 침략의 역사를 대변하는 만큼 그 이름을 높여 부를 필요가 있을까 싶다. 박물관 자신도 ‘British Museum’ 즉 ‘영국박물관’으로 부르는 데 말이다. -
일본 전범기를 부르는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라는 말은 절대 사용하면 안 될 잘못된 표현이다.
일본 전범기의 정식 명칭은 ‘욱일기(旭日旗)’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태양 주위에 퍼져 나가는 햇살을 형상화한 일족문(日足紋) 때문인지 욱일기를 욱일승천기라 부르는 경우가 많다. ‘욱일승천(旭日昇天)’은 ‘아침 해가 떠오르듯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모습’ 또는 ‘파죽지세(破竹之勢)나 승승장구(乘勝長驅) 못지않게 강력하게 솟아오르는 기세’를 뜻하는 사자성어로 욱일기의 뜻을 한층 높여준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정작 ‘욱일승천기’란 말을 알지도 못하고, 당연히 쓰지도 않는다. 일본 제국주의의 가장 큰 피해자인 우리가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전범기를 굳이 높여 부를 필요가 있을까? 더구나 일본인조차 사용하지 않는 표현으로 말이다. 오랫동안 사용되며 관습적으로 굳어진 말과 명칭이라 하더라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자정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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