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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말 오승환이 타석에 들어섰다.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내셔널 리그와 달리 지명 타자 제도가 있는 아메리칸 리그에서는 투수가 타석에 설 필요가 없었지만 세인트루이스로서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오승환 대신 대타 카드를 쓸 경우 9회말 마운드 운용이 여의치 않은 까닭에서다. 투수 보호도 중요하지만 팀 승리도 중요했다.
무사나 1사라면 그래도 이해할만하다. 투수가 스탠딩삼진을 당하더래도 다음 타자에게 한 방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사라면 다르다. 더구나 주자가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추가 득점에 힘을 쏟아야 한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은 야구에서도 유효하다. 일단 점수를 뽑아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게 된다.
2사 1루에서 1루 주자 랜달 그리척이 2루를 훔쳤다. 샌프란시스코 포스 버스터 포지의 송구가 빗나가 그리척은 2루를 지나 3루까지 내달릴 수 있었다. 2사 1루가 2사 3루로 바뀌면서 득점의 확률은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타석에는 오승환이 서 있다. 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겠지만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오승환도 방망이를 휘둘러 보았으나 맞지 않았다.
마이크 매시니 세인트루이스 감독이 오승환에게 원했던 것은 득점이 아니었다. 1:2로 뒤지던 8회말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리는 초강수로 실점을 막은 데 이어 9회초에는 역전에 성공하기도 했다. 원하는 그림이 그려졌으나 딱 하나가 문제였다. 바로 뒷문. 오승환이 물러날 경우 뒷문을 장담할 수 없는 탓이다. 오승환은 그런 감독의 기대대로 8회에 이어 9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시즌 5승째를 챙겨들었다.
전날 동점 투런홈런을 포함해서 5출루로 맹활약했던 피츠버그 강정호는 신시내티와의 더블헤더 경기에서 9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다. 더블헤더 1차전에서 4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던 강정호는 2차전에서도 5타수 무안타에 그치면서 2할 7푼이었던 타율은 2할 6푼 2리로 내려갔다. 그래도 피츠버그는 더블헤더 두 경기를 모두 승리(10:4, 7:3)하고 4연승을 달렸다.
탬파베이와의 홈경기에서 2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볼티모어 김현수는 3회말 1사 2, 3루에서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3루 주자 J.J. 하디를 홈으로 불러들여 시즌 17번째 타점을 올렸다. 6회말에는 선두 타자로 나서 좌전 안타를 치고 출루하기도 했으나 4번 타자 크리스 데이비스의 병살타로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못 했다.
휴스턴과의 홈경기에서 6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한 이대호는 무안타로 침묵했다. 2회말 유격수 땅볼을 시작으로 4번 타석에 들어섰지만 유격수 땅볼 2개와 삼진 2개로 물러났다.
한편, LA 에인절스 최지만은 선발 명단에 오르지 못한 채 경기에 나서지 못 했다.
- 김도광 unm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