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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산자’ ‘밀정’ ‘덕혜옹주’의 극 중 '팩션'은?

기사입력 2016.09.20 16:37
극의 재미를 위해 '팩션(Faction; 팩트와 픽션의 합성어,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가미한 장르)'을 가미한 영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해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암살'을 비롯하여 '동주', '사도' 그리고 최근에는 '덕혜옹주', '인천상륙작전', '고산자, 대동여지도', '밀정' 등의 영화가 바로 그렇다. 이런 영화를 보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하지만, 반면 역사적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역사왜곡 논란이 붉어지기도 한다. 과연 어느 부분이 사실이고 어느 부분이 왜곡된 것일까? 최근 개봉한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밀정’, 그리고 '덕혜옹주'의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만나보자.
  •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차승원 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지도를 만드는 과정과 흥선대원군(유준상 분)과의 대립 등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김정호의 이야기를 그렸다.
  • 김정호 역의 차승원, 캐스팅 비화

    김정호는 1804년(순조 4)생으로 추정, 1866년(고종 3)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로 조선 후기 실학자 겸 지리학자로 배우 차승원이 그 역을 맡았다. 강우석 감독이 밝힌 차승원 캐스팅 이유는 "김정호와 닮아서"라고 했는데, 실제로 김정호의 초상화와 차승원은 눈매와 움푹 패인 볼 등 전체적인 이미지가 상당히 닮아있다. 김정호와 대립하는 인물인 흥선대원군 역에는 유준상이 열연했다.

    영화와 역사적 사실 비교

    영화 '고산자' 역시 다른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와 마찬가지로 역사 왜곡한 부분으로 인해 논란의 중심에 있다. 영화 속에서는 김정호 전국을 누비며 지도를 만드는데, 실제로는 김정호가 국가의 지원으로 각 지방자치의 도움을 받아 지역별 지도를 수집한 후 검증과 편집을 거쳐 이를 목판본으로 만든 것이 정설이라고 한다. 일본은 조선이 미개하다고 왜곡하기 위해 '조선은 지도학이 발전하지 않아 나라가 아닌, 개인이 지도를 만들었다'라고 역사에 기록한 내용이 영화에 투영되었다.

    또 다른 논란의 이유는 영화 속에서는 흥선대원군이 김정호를 위험인물로 여겨 감금 및 제작한 목판본을 압수하였는데, 이는 나라의 돈을 받고 지도를 제작한 정설과 전혀 다른 내용이며 지도 제작과정에서의 핍박은 없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김정호 부녀가 흥선대원군에 의해 옥사를 했다는 점 등이 역사적 사실과 다른 부분이다.
  • ▲ '고산자, 대동여지도' 메인 예고편
    영화 '밀정'
    영화 '밀정'은 나라를 잃은 암울한 시대이며 동시에 서양 문물이 들어오던 역동적인 시대 1920년대를 배경으로, 친일을 선택한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 이정출(송강호 분)과 그가 작전 대상으로 삼게 된 항일 무장독립운동 단체 의열단의 새로운 리더 김우진(공유 분)을 큰 축으로, 이들 사이 펼쳐지는 암투와 회유 작전을 그린 작품이다.
  • 위의 사진 '의열단' 단원으로 활동한 사람은 김원봉·윤세주·이성우·곽경·강세우·이종암·한봉근·한봉인·김상윤·신철휴·배동선·서상락·권준 등 13명이었는데, 이 중 김원봉이 단장을 맡았다. / 사진=국가보훈처 블로그, 아래 사진 영화 '밀정' 스틸컷
    ▲ 위의 사진 '의열단' 단원으로 활동한 사람은 김원봉·윤세주·이성우·곽경·강세우·이종암·한봉근·한봉인·김상윤·신철휴·배동선·서상락·권준 등 13명이었는데, 이 중 김원봉이 단장을 맡았다. / 사진=국가보훈처 블로그, 아래 사진 영화 '밀정' 스틸컷
    '의열단(義烈團)' 이란?

    '밀정'의 이야기 중심인 '의열단(義烈團)'은 약산 김원봉을 중심으로 한 무장독립운동단체로 1919년 11월 9일 설립됐다. 이들은 프랑스 조계지역(외국인 치외법권지역)인 중국 상하이에서 폭력항쟁으로 일본제국의 대한제국에 대한 식민통치에 대항하는 독립운동을 했다.

  • 맨 위부터 실존 인물 김시현을 연기한 김우진 역의 공유, 황옥을 연기한 이정철 역의 송강호, 김상옥을 연기한 김장옥 역의 박희순 / 사진=위부터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화면 캡쳐, 영화 '밀정' 스틸컷
    ▲ 맨 위부터 실존 인물 김시현을 연기한 김우진 역의 공유, 황옥을 연기한 이정철 역의 송강호, 김상옥을 연기한 김장옥 역의 박희순 / 사진=위부터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화면 캡쳐, 영화 '밀정' 스틸컷
    '밀정'의 실제 역사 속 미스터리 한 이야기

    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는 '황옥은 일제의 밀정이었나? 진정한 독립운동가였나?'라는 점이다. '황옥 경보 폭탄 사건' 재판 당시 황옥은 "일본 경찰 관리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노력했다. 성공하면 경시(일본 경찰 간부)까지 시켜줄 거라 굳게 믿고 시킨 대로 밀정을 한 것뿐"이라고 증언하고, 황옥의 직속 상관은 "밀정이 맞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황옥은 일본의 밀정이라고만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은 인물이다. 의열단 단장 김원봉은 이후 이 사건을 언급하며 "황옥은 의열단원이었다"라 했고, 함께 활동한 김시현 역시 황옥을 독립운동가였다고 인정했다. 또 친동생 황직연(1890~1943)도 사회주의 운동을 하다 잡혀 대전형무소에서 숨진 이력으로 볼 때 '독립운동가 집안'이라는 반론도 있다.
  • ▲ 영화 '밀정' 예고편
    영화 '덕혜옹주'
    영화 '덕혜옹주'는 역사가 잊고 나라가 감췄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손예진 분)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작품이다. 덕혜옹주는 13세로 일본에 끌려가 일본인과 강제로 결혼하고 정신질환을 앓는 등 불행한 삶을 산 인물로 영화 속 덕혜옹주는 조선이 일제로부터 주권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독립운동을 한 것으로 그려진다.
  • 위의 사진 '황실 가족 사진'_왼쪽부터 영친왕, 순종, 고종, 순종비, 덕혜옹주(사진=국립고궁박물관)
    ▲ 위의 사진 '황실 가족 사진'_왼쪽부터 영친왕, 순종, 고종, 순종비, 덕혜옹주(사진=국립고궁박물관)
    영화와 역사적 사실 비교

    '덕혜옹주'의 허진호 감독은 영화의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며 "'덕혜옹주'는 소설을 영화화 한 팩션이다.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이런 논란을 예상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덕혜옹주'는 일본에 끌려온 조선 어린이들을 위해 한글학교를 세우는가 하면, 일본인들 앞에서 강제로 끌려온 조선인 노동자들에게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 돌아갈 고국이 있으니 잘 버티라"라고 용감하게 연설한다. 하지만 이 내용들은 모두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

    역사학계에서는 덕혜옹주를 독립운동을 한 인물이 아니라 '일본에 순응한 인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영화와 달리 일본 옷을 거부하지 않고 '하오리'와 '게다'를 즐겨 입었고 망명을 시도한 적도 한글학교를 세운 적도 없다. 또 조선 노동자들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공개연설을 한 기록도 남아있지 않다.
  • 이우 왕자 역의 고수, 실존 이우왕자(맨위 왼쪽부터), 소 다케유키 역의 김재욱, 덕혜옹주 역의 손예진, 실존 소 다케유키와 덕혜옹주(아래 왼쪽부터) / 사진=영화 '덕혜옹주' 포스터, 국립고궁박물관
    ▲ 이우 왕자 역의 고수, 실존 이우왕자(맨위 왼쪽부터), 소 다케유키 역의 김재욱, 덕혜옹주 역의 손예진, 실존 소 다케유키와 덕혜옹주(아래 왼쪽부터) / 사진=영화 '덕혜옹주' 포스터, 국립고궁박물관
    영화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

    영화 '덕혜옹주'는 시나리오 작업이 4년여 기간 걸렸고, 순제작비만 85억 원으로 제작비가 100억 원이 들었다. 제작 중 영화의 질과 완성도를 높이고 싶다며 손예진은 자신의 출연료의 두 배 가까운 제작비 10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손예진 캐스팅에 대해 허진호 감독은 "덕혜옹주는 오랜 세월을 연기해야 되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연기력이 필요했고, 손예진이라는 배우가 가진 연기력에선 모두가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복순 역의 라미란은 손예진이 시나리오를 읽고 추천해 캐스팅되었다고 전했다. 또한 배우 고수에 대해 "왕자에 대한 판타지가 모두에게 있는데 그 느낌이 정말 완벽하게 잘 어울렸다"라고 밝히며 캐스팅에 대한 자신감을 표하기도 한 영화다.
  • ▲ 영화 '덕혜옹주'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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