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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득점 기회에서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면 어떤 결정이 최선일까? 투수를 빼고 대타를 기용해서 득점 기회를 높이는 것일까, 아니면 아웃 카운트 하나를 손해 보더래도 투수를 그대로 타석에 내보내 득점보다는 실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일까. 이는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판단을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다.
31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와 밀워키 경기에서 연장 10회초 세인트루이스가 먼저 균형을 깼다. 4번 타자 쟈니 패랄타의 우전 안타와 5번 타자 야디에르 몰리나의 우중간 2루타로 무사 2, 3루의 득점 기회를 잡았고 6번 타자 랜달 그리척의 바가지 안타로 1점을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고도 무사 1, 3루의 기회는 계속되고 있었다.
빅이닝의 조짐이 보이던 흐름을 깬 건 7번 타자 토미 팜이었다. 무사 1, 3루에서 내야 땅볼이나 외야 플라이 하나 쳐내지 못하고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든 것이다. 다음 타자는 콜튼 웡. 밀워키에서는 무리하게 웡과 승부할 필요가 없었다. 그다음 타자가 오승환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웡을 고르는 게 순리였다.
세인트루이스에서는 1사 만루의 기회를 살릴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일이었다. 오승환을 그대로 타석에 내보낸다면 10회말에 오승환을 마운드에 세울 수 있게 되지만 아웃 카운트 하나를 버리게 되므로 추가 득점이 힘들 수 있었다. 그렇지 않고 대타를 낸다고 해도 득점이 보장된 것도 아니고 10회말에 오승환을 낼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세인트루이스 마이크 매시니 감독의 선택은 후자였다. 일단 추가 득점에 무게를 실어 오승환 대신 그렉 가르시아를 대타로 내보냈다. 원아웃이었으므로 희생 플라이만 쳐준다면 1점을 더 얻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오승환을 내보내 아웃 카운트 하나를 버리느니, 차라리 아웃 카운트 하나와 득점을 맞바꾸겠다는 계산이었다. 물론 안타면 더 좋겠고.하지만 경기는 메시니 감독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가르시아가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오승환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와 다르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고, 오히려 오승환을 더 이상 쓸 수 없다는 최악의 상황까지 연출됐다. 다음 타자 맷 카펜터가 중견수 방향으로 깊숙이 타구를 날렸지만 득점으로 연결될 수는 없었다.
10회말 세인트루이스에서는 맷 보우먼이 네 번째 투수로 나섰다. 보우먼이 3명만 막아주면 승리는 세인트루이스가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보우먼은 선두 타자 커크 뉴웬하이스에 이어 키온 브록스톤까지 볼넷을 내주면서 무사 1, 2루의 위기에 몰려야 했다. 그나마 마틴 말도나도의 보내기 번트에 이어 도밍고 산타나를 삼진으로 잡아 한숨은 돌릴 수 있었다.
2사였지만 세인트루이스에서는 1번 타자 조나단 빌라르를 고의사구로 내보내 만루를 채운 후 보우먼 대신 잭 듀크로 하여금 매니 피냐를 상대하게 했다. 불안불안하던 보우먼과 달리 듀크는 시원시원하게 공을 뿌려 피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순간의 선택이 얼마나 경기를 쫄깃쫄깃하게 만드는지 확인하게 만들어준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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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승환 오늘 성적_1이닝 2K 무실점 4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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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그에서 돌아온 시애틀 이대호는 세 경기 만에 빅리그 복귀 안타를 신고했다. 텍사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이대호는 6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해 2회초 2루타에 이어 5회초 득점타를 때려 5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이대호의 멀티히트는 7월 16일 휴스턴전 이후 46일 만이고 장타는 8월 2일 보스턴전 이후 29일 만이다. 하지만 시애틀은 7:6으로 앞서던 9회말 오도어의 역전 투런포를 맞고 무너졌다.
한편, 토론토와 홈에서 경기를 가진 볼티모어 김현수는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가 9회초 대수비로 출전하는데 그쳤다.
- 김도광 unm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