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혜 저 | 리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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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삼는 책이다. 이때 대상이란 독자이기도 하고 책의 내용이기도 하다. 주요 인물은 대체로 어린이거나 어린이에 준하는 위치에 있는 대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까 힘없고, 애정과 배려가 어린 눈길을 주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어린이 책에 동물이 많은 이유 중의 하나가 그것이다.
표지판 속의 이미지들이 등장인물로 나오는 『표지판 아이』의 의미는 그 맥락에서 가장 크게 다가온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인형 같은 사물도 아닌, 사실적인 그림도 아닌 단순한 이미지를 살아 있는 사람에 비유하다니. 너무나 익숙해서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게 되는 표지판들. 그 속의 엄마와 아이, 임산부와 노인, 경찰과 장애인들이 거리로 튀어나와 돌아다닌다. 이 예사롭지 않은 설정이 우리의 사각지대에서 숨죽이고 있는 수많은 존재들을 일깨운다면, 과한 독후감일까. 하지만 그저 이미지에 불과했던 흐릿한 어떤 것들, 예를 들면 천재지변의 희생자들, 전쟁 난민들, 역사 속의 군상들이 이 표지판 속 인물들을 뒤따라 튀어나오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그런 시각의 확장은 설정의 힘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책의 힘은, 표지판 속 인물들이 벌이는 이야기의 탄탄함에 있다. 학교 앞에서 엄마의 손을 잡고 있던 표지판 아이가 날아온 공에 맞아 길에 떨어지고, 바람에 날려가고, 길고양이의 위협을 받으면서 헤맨다는 진진한 모험담. 장애인에서부터 자전거 타는 사람, 기저귀 가는 아기, 순경까지 모두 나서서 아이와 엄마를 다시 만나게 해주는 따뜻한 공동체 상이 읽는 이의 마음을 부드럽게, 그러나 힘 있게 쥔다. 그림책은 그림도 중요하지만, ‘역시 이야기!’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 추천자: 김서정(중앙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 편집= 김정아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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