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8월 읽을만한 책] 나는 단호해지기로 결심했다

기사입력 2016.08.21 02:00
롤프 젤린 저/박병화 역 | 걷는나무
  • 자고로 호구지책은 매서운 법. 밥벌이의 고단함은 어떤 가치 추구보다 현실적이고 반복적이다. 자유란 게 밥벌이를 벗어날 때 찾아지듯 밥벌이에 얽힌 순간 인간은 종속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을의 숙명을 강제당한 현대인의 슬픈 자화상이다. 이 삶에 나는 없다. 오직 남의 시선과 생각, 평가만 집중한다. 타자의 시선이 본인 행동의 절대강령인 셈이다. 위계적 직장질서는 물론 동지적 친구관계에서조차 왕왕 나는 실종된다. 결정권·발언권은 입안에 머물 뿐 상대를 따르면서 갈등 고민을 종료한다. 그 결과, 남을 신경 쓸 새 본인은 곪아터진다. 평판과 관계란 이름으로 내보내야 할 솔직한 감정은 묻어두고 제 혼자 생채기를 상처로 키워간다. 예외는 일부다.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독립은 그래서 힘들다. 솔직하게 표현하며 거절하는 용기란 그만큼 어렵다.

    그런데 만약 단호한 의견표명이 우려와 달리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신뢰를 조성하는 계기가 된다면 어쩔 것인가. 상식을 파괴하는 파격적 진단으로 혹여 이 가설이 옳다면 우린 지금껏 헛걱정 속에 시간과 정력을 낭비한 셈이다. 책의 문제 지점은 여기다. 거절 후의 실망을 염려해 양보·손해를 감수하지 말라는 얘기다. 싫다고 말해도 사랑받는 비법은 신뢰 구축이다. 25년간 이렇듯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해온 심리전문가의 주장이니 곱씹어 들어봄직하다. 실망시켜 미안해도 소중한 건 나일 수밖에 없으니 단호해지라 주문한다. 내키지 않는데 무리하게 해봤자 관계만 더 나빠져서다. 말은 쉬운데 문제는 행동이다. 이럴 때 현자(賢者)의 한마디. “모두의 친구는 그 누구의 친구도 아니다(아리스토텔레스).”

    | 추천자: 전영수(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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