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 닌 외 저/구수정 역 | 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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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아시아는 왠지 낯설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땅을 가진 대륙임에도 불구하고, 저마다 마음의 경계선을 긋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문학도 예외는 아니어서 중국이나 일본 이외의 아시아 문학은 생소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발간된 '물결의 비밀'은 의미 있는 작업이다. 계간'아시아'가 10년 동안 번역하여 소개해온 160여 편의 작품 중에서 아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최고의 작품 12편만을 엄선하여 출간한 책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아시아 문학 지도의 복각이다. 뿔뿔이 흩어진 채로 존재했던 아시아의 언어들이 온기를 품고, 영혼을 품고, 역사를 품고 모여들었다. 이 책은 아시아의 대작가들이 한데 모여 아시아 문학의 진수가 무엇인지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 있는 텍스트다. 거기에 최고의 번역가가 그들의 언어를 유려한 한국어로 풀어 놓았다.
이 단편집의 제목으로 삼을 만큼 강렬하고 아름다운 소설인 바오 닌(베트남)의 '물결의 비밀'과 마하스웨타 데비(인도)의 '곡쟁이'를 읽으면 소외된 아시아인의 눈물과 슬픔이 감지된다. 프란시스코 시오닐 호세(필리핀)의 '불 위를 걷다'와 찻 껍짓띠(태국)의 '발로 하는 얼굴 마사지'에 묘사된 풍자와 이미지 서술에 주목해보는 것도 이 책의 재미다. 아시아만의 독특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세계적인 작가 야샤르 케말(터키)의 '하얀 바지'와 SF소설인 고팔 바라담(싱가포르)의 '궁극적 상품'의 매력도 메아리처럼 잊히지 않는다. 모두 아시아의 역사와 전통 위에 반듯하게 선 걸작들이다.
이 책에서 호흡하고 있는 아시아 각각의 언어들이 서로의 경계선을 허물고 다정한 울타리를 이루고 있다는 것. 이것이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행복감이다. 그 행복감을 만끽하길 바란다.
| 추천자: 오석륜(시인, 인덕대 일본어과 교수)
- 편집= 김정아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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