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7월 읽을만한 책] 나의 아버지

기사입력 2016.07.24 02:00
강경수 저 | 그림책공작소
  •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우리는 엄격한 가부장 사회를 살고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마치 그게 수백 년 전의 일인 듯, 아버지의 자리가 위태롭기 그지없다. 무력하거나 폭력적이어서 부정적인 아버지에 대한 이런저런 예는 차치하고라도, 아이의 3대 성공 조건에 엄마의 정보력, 할아버지의 재력과 함께 ‘아버지의 무관심’이 들어간다지 않는가.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아버지는 이해도 사랑도 받지 못하면서 소외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아버지를 위로하고 재조명하는 일에 요즘 어린이 책이 나서고 있다. 어린이 책, 특히 그림책에서 아버지라는 존재가 전면에 나선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가 90년대 중반 등장했을 때에는 ‘아빠’도 그림책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게 거의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정도였다. 그 뒤 『아빠 책 읽어주세요』나 『꼭 잡아주세요 아빠』처럼 아빠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이 간간이 선을 보였지만 대부분이 외국 책이었고, 책 읽기, 자전거 타기, 말놀이 같은 특정 상황에서 아빠의 든든한 역할이 강조되곤 했다.

    그런 맥락에서 『나의 아버지』는 독특하고 중요한 자리에 놓이는 것 같다. ‘나’의 아버지라지만, 특정한 하나의 캐릭터가 아닌 여러 아이들의 여러 아버지가 등장하면서 아버지라는 존재 자체의 의의가 펼쳐진다. ‘아빠’가 아닌 ‘아버지’라는 호칭은 이 존재가 아동기뿐만이 아니라 인생 전체의 길에서 조명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어렸을 때 아빠는 뭐든지 잘하는 사람이고, 나를 가르쳐주는 사람이다. 서툴어도 격려해주고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주는 사람이다. 그런 아빠가 뒤에서 버팀목이 되어준 덕분에 아이들은 자라고 능숙해진다. 그리고 자만한 나머지 실패한다. 그때 잊고 있던 아버지를 돌아보면......

    이런 일상적이고 따뜻한 감성은 아마도 우리의 ‘아버지’에 대한 이미지에서 거의 뒷자리에 숨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앞으로 끌어냈다는 점이 이 그림책의 소중한 특징이다. 그래서 책의 앞표지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라는 존재에게 요구되는 에너지를 상징하는 듯한 강렬한 빨강 속에서, 정작 아버지의 색깔은 부드럽고 서늘한 하늘색이다. 굳이 두꺼운 종이를 오려내 아버지 형태 속의 하늘색을 보여주는 표지. 아버지 안에 그려져 있는 조그맣고 하얗고 여린 아이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아빠 안에 내가 있네?”

    | 추천자: 김서정(중앙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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