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7월 읽을만한 책] 걷기의 재발견

기사입력 2016.07.23 02:00
케빈 클린켄버그 저/김승진 역 | 아날로그
  • 취미는 그럴싸할수록 대접받는다. 한때는 자기소개의 필수항목이었으니 오죽했을까. 없는 취미, 그럼에도 안 들키자니 머리까지 싸맸다. 음악·영화감상이니 독서·여행이 무난했을 터다. 다만 먹고사는 게 힘들어지면서 산책은 이제 묻지도 말하지도 않는 화제로 전락했다. 시간도 돈도 없는 이들에게 취미는 한가한 이슈일 따름이다. 그럼에도 취미는 필수다.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백번 낫다. 굳이 취미라고 고상한(?) 의미부여를 할 필요는 없다. 고정관념만 깨면 된다. 그냥 일상에서 즐겨하는 것이면 뭣이든 취미일 수 있다. 철저히 본인만족이 최우선이다. 타인 시선이 개입하면 취미가 아니다. 이런 점에서 책이 주장하는 산책은 좋은 취미다. 비용 대비 산출효과가 훌륭하다. 삶의 질에 직결된다니 불문가지다. 그래서 ‘걷기의 재발견’이다. 저자는 “상상이상의 풍요로움”을 언급한다.

    책은 정확하게 실용적이다. 걷기를 통한 철학적 사유 운운은 없다. 오직 걷기효과에만 주목한다. 산책 자체가 돈 안 드는 취미에 시공간의 제약마저 없는데 얻는 건 상상 이상이라고 꾄다. 걸으면 삶이 바뀌고 저자 본인이 실제 그랬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는 재정, 자유, 건강, 사회성의 4대 효과다. 피부로 느끼는 계절감 등 측정불능의 경제효과는 덤이다. 말로만이면 믿지 않을 듯 싶었는지 군데군데 통계와 인용으로 설득력을 높인다. 걷기 편한 도시, 즉 도보 친화성과 생활 만족도의 비례관계가 대표적이다. 좀 과장되는 면이 없진 않지만 개별적 동기부여는 확실하다. 걸으면 활력이 생기고 넓게는 이웃·마을까지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다만 미국 역서라 생뚱맞은 조언도 있지만 크게 거슬리진 않는다. 자동차를 멀리하고 먼 곳은 대중교통, 가까운 곳은 자전거를 타라는 식이 그렇다. 당연히 차량 우선의 한국에 곧이곧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유용성보다 방향성만 챙겨도 좋다. 어차피 산책이 좋다는 건 오천만의 상식 아니던가. 걷는 건 인류본능이건만 갈수록 앉으려고만 하는 세태니 책의 문제제기는 충분히 옳다. 걷기는 일상일 수밖에 없다. 지금 바로 가능한 손쉬운 걷기야말로 잃어버린 본능과 일상을 되찾는 계기일 수 있겠다.

    | 추천자: 전영수(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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