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 이글턴 저/김성균 역 | 우물이있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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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희망을 가진 사람을 낙관주의자라고 생각한다. 반면 절망하는 사람을 비관주의자로 본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자면 낙관주의자에게는 진정한 희망이 없다. 낙관주의자는 그저 현실을 긍정하기만 하고 현재의 삶에 만족하기 때문에 그에게는 희망이 필요 없다. 인간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절망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실존 자체에 대해서도 절망하는 존재이다. 우리는 희망을 잃어버릴 수는 있지만 절망을 잃어버리지는 않는다. 희망의 반대는 절망이 아니라 용감한 체념정신이다. 아무 것도 바라지 않기 때문에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는 것이다. 희망은 인내, 신뢰, 용기, 근면, 박력, 관용, 끈기와 같은 것을 만들어주는 미덕이다. 진정한 희망은 우리로 하여금 진실을 직시하고 바라는 바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게 하는 삶의 태도이자 습관이다. 반면 기질적 낙관주의는 진실에 눈을 감고 노력 없이 단지 바라기만 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미덕을 길러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게으름과 무지, 비겁함과 무책임이라는 악덕을 양산해낸다.
이 책의 저자 테리 이글턴은 얄팍한 낙관주의와 긍정주의가 현실을 무시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못 보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낙관주의에 빠진 희망은 거짓 희망이고 절망적인 희망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낙관주의와 긍정의 과잉은 진실에 눈을 감기 때문에 근거 없는 가짜 희망이고, 실현하기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기 때문에 실현될 가능성이 없는 희망, 즉 절망에 불과한 것이다. 긍정의 과잉에 빠진 낙관주의자들은 근거 없이 장밋빛 미래를 꿈꾸기 때문에 희망이 불필요하다. 이러한 터무니없는 낙관주의는 학살, 강간, 노예제와 같은 것들도 선을 위한 필요악으로 정당화하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하면 된다.’나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이룰 수 있다.’는 긍정의 과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그래서 의심과 불신, 비관주의는 불온한 태도로 여겨지고 자신감의 결여는 정신적 질환으로 치부되고 있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측은 오히려 현실을 보지 못하고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자기 최면에 빠진 낙관주의자들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낙관주의에 빠지지 않고 진정한 희망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 추천자: 이진남(강원대 철학과 교수)
- 편집= 김정아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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