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저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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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정말로 2016년일까? 아니면 1Q84년으로부터 흘러 온 시간일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실제인지, 아니면 그저 꿈속 어딘가를 살고 있는 것인지, 한 번쯤 상상해보게 만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
'1Q84'를 읽는 동안 뇌리를 스쳐가는 두 개의 작품이 있었다. 바로 영화 '인셉션'과 일본 여류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다. 1984년을 살고 있던 아오마메는 어느 날 일본 도쿄의 수도고속도로를 지나다가 자기도 모르게 달이 두개가 뜨는 1Q84년의 세계로 접어들게 된다. 마치 남의 꿈속을 여행하는 영화 '인셉션'처럼 아오마메는 또 다른 주인공 덴고가 대필해서 쓴 '공기 번데기' 소설 속 어딘가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환상 같은 이야기지만 그 세계는 분명히 존재하는 세계이고, 그곳에서 일어난 일들도 실제다.
아오마메와 덴고가 1Q84라는 세계로 들어오게 되는 배경에는 두 사람의 운명과 같은 사랑이 있다. 두 사람은 10살 이후로 만난 적이 없지만 줄곧 서로를 생각해왔다. 마치 '냉정과 열정 사이'의 아오미와 쥰세이가 서로를 그리다 운명처럼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만나듯이, 두 사람은 1984년이 아닌 1Q84년에서 운명처럼 재회한다. 그들이 1Q84년에서 만났다는 것은 두 사람의 만남이 허상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하지만 이 소설의 결말에서 그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얘기해주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바치는 오마주로 '1Q84'를 집필했다. 그것은 '1Q84'에 등장하는 리틀 피플이 '1984'에 등장하는 빅브라더가 투영된 존재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빅브라더가 무엇인지, 리틀 피플이 무엇인지 몰라도 좋다. 또, 작가가 이미 밝혔듯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기 힘든 현실과 환상 사이의 모호함에 대해서도 다 이해할 필요가 없다. 어쩌면 작가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엇 하나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이 소설은 끝을 맺는다.
3권에 이르는 이 방대한 양의 소설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은 흡인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읽는 내내 궁금증을 가지고 다음 챕터로 넘어가게 만드는 이야기의 흐름에 있다. 앞서 밝혔듯이, 마지막 순간까지 그 궁금증이 완전하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그 결말이 찝찝하다거나 그 궁금증을 꼭 알아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아니다. 그냥 이야기 그 자체로의 소설로 이해하고, 두 사람의 운명적인 사랑이라던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죽음과 삶에 대해 각자가 성찰할 수 있는 만큼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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