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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초나라에서 창과 방패를 파는 장사꾼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창을 가리켜 "참으로 예리하여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는 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방패에 대해서도 "아주 견고해 어떤 창이나 칼로도 꿰뚫을 수 없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어떤 사람이 "그럼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는가?"라며 묻자 장사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고 한다.
창과 방패가 만났다. 19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다. 3:0으로 세인트루이스가 앞서고 있던 8회초 오승환이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빅뱅의 전조가 보이기 시작되었다. 8회 오승환이 상대할 첫 타자는 8번 타자 로빈슨 치리노스였고, 9번 타자 미치 모어랜드를 지나면 바로 추신수와 만나기 때문이다.
느낌은 좋았다. 첫 타자 치리노스를 삼진으로 잡은 데 이어 모어랜드마저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1회초 첫 타석에서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기록한 바 있는 추신수와 상대해야 하지만 3점이나 앞서고 있었고, 투 아웃이라는 점에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보였다. 추신수에게 안타를 맞더래도 크게 부담이 되는 상황은 아닌 듯했다.
오승환은 초구를 느린 커브를 선택했고 스트라이크 존에 꽂았다. 두 번째 공은 95마일의 빠른 공이었다. 추신수가 방망이를 내보았으나 밀리면서 파울이 됐다. 노볼 투스트라이크에서 오승환은 다시 94마일짜리 패스트볼로 승부를 걸었다. 추신수도 가만히 있지 않고 방망이를 툭 갖다 대 맞췄다. 타구는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깨끗한 안타로 연결되었다.
오승환의 실투라고 할 수는 없었다. 추신수의 타격 센스가 돋보인 타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사 후에 얻어맞은 그 안타 하나가 오승환을 울리기 시작했다. 다음 타자 이안 데스몬드에게 2루타까지 허용한 오승환은 노마 마자라 타석에서 폭투로 1점을 내주었고 마자라의 타구를 1루수 맷 아담스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또 한 점을 헌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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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신수 오늘 성적_4타수 2안타 1볼넷 1타점 1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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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역전은 허용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9회만 막으면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오승환의 뒤를 이어 9회초에 등장한 트레버 로젠탈의 불쇼가 시작되면서 무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고, 급하게 케빈 시그리스트가 불을 끄러 올라왔으나 2점을 내주면서 승부는 뒤집히고 말았다. 결국 세인트루이스는 3:4로 패했고, 8회 텍사스의 첫 득점과 9회 동점 타점의 주인공은 추신수였다.경기 후 인터뷰에서 추신수는 "만약 내가 승환이의 공을 직접 보지 못하고 첫 타자로 상대했다면 다소 어려움을 겪었을지도 모른다. 어제 벨트레로부터 승환이의 공에 대한 정보를 들었고, 오늘 앞선 두 타자와 상대하는 승환이의 투구를 보면서 나름대로 준비하고 타석에 들어섰다"면서 "중전 안타가 나온 상황은 승환이의 실투가 아니었나 싶다. 승환이의 빠른 볼이 굉장히 힘이 있고, 변화구도 아주 좋았다. 소문 대로였다 오승환과의 맞대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뉴욕 양키스와의 홈경기에서 6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했던 미네소타 박병호는 양키스 선발 투수 마이클 피네다를 상대로 시즌 12호포를 쏘아 올렸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목되어왔던 96마일짜리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비거리 131m짜리 대형 홈런을 만들어냄에 따라 앞으로는 더욱 자신감 있게 타석에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미네소타는 6:7로 역전패했다.
시카고 컵스와 원정경기를 치른 피츠버그 강정호는 4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1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골랐던 강정호는 3회 1사 1루에서 안타성 타구를 날렸지만 컵스 3루수 에디손 러셀 호수비에 걸려 병살로 물러나야 했다. 8회 선두 타자로 나선 강정호는 풀카운트 끝에 135km짜리 슬라이더를 공략해 중전 안타로 연결시켰다. 하지만 피츠버그는 3:4로 패했다.
한편, 보스턴과 원정 경기에 나선 시애틀의 이대호는 선발 명단에서 빠졌고, 이대호 대신 1루수 글러브를 끼고 나선 애덤 린드는 솔로홈런을 쏘았다. 시애틀은 보스턴에게 2:6으로 패했다. 토론토와 홈에서 경기를 가진 볼티모어 김현수도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었고, 김현수 대신 좌익수로 나선 조이 리카르드는 안타를 하나 추가했다. 볼티모어는 토론토에게 4:2로 승리했다.
- 김도광 unm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