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희 글/윤봉선 그림 | 웃는돌고래
-
어느 대학의 연구팀이 발표한 ‘OECD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 23개국 중 19위, 가족과 친구관계는 17위였다고 한다. 건강이나 학교생활, 삶의 만족, 가족과 친구관계의 만족도가 거의 최하위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생활과 생활양식, 물질적 행복에서는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물질적 풍요로움이 행복한 삶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주는 통계가 아닐 수 없다.
선바위골 공기 좋은 산 위에 사는 너구리는 자신만의 동산 ‘모꼬’에서 별자리를 관측하고 화성의 궤도를 기록한다. 라면과 참치를 좋아하고 사극을 즐겨보는 이 귀여운 너구리가 부동산 개발업자인 강 사장과 복숭아 과수원 주인인 장 영감님과 진정한 친구가 되면서 사람들을 조금씩 변화시킨다. 장 영감님을 설득해 과수원을 사들여 전원주택 단지로 개발하려던 강 사장은 너구리와의 만남, 장 영감님과의 교류를 통해 너구리가 사는 산을 지키기 위해 과수원 개발을 포기하고 장 영감님이 남겨 준 집에서 행복을 찾기로 한다. “다 너를 위한 거야.”, “조금만 참고 대학가서 해.”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해, 꾸역꾸역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일을 강제하는 어른들에게 이 작품은 이렇게 말한다. ‘천천히, 늦게라도 생각이라는 것은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스스로 알게 될 때까지 기다려 주자.’
‘피어서 아름다운 것은 시들어서도 아름다운 법이다’라고 말하는 장 영감님의 말이나 자기 생각을 하나씩 하나씩 스스로 키워나가는 너구리는 우리에게 지식이나 물질적 풍요보다는 마음 한구석에 자신의 꿈과 생각, 무엇인가를 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학원이나 물질적 풍요로움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의 성장을 경험할 수 있는 주변 환경과 자연,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는 가족과 친구, 이웃, 어른이다. 이 동화는 어린이들을 위한 이야기에 앞서 ‘세상의 기준에 행복을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다 지쳐 있는’ 어른들의 반성문으로 읽힌다. 어른들이 먼저 읽어보면 좋겠다. 더 늦기 전에.
| 추천자: 김영찬(서울 광성중학교 국어교사)
- 편집= 김정아 jungya@chosun.com
최신뉴스
이 기사는 외부제공 기사입니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