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기 저 | 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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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에서 꼭 필요한 것을 흔히 의식주라고 한다. 영어로는 ‘food, clothing, and shelter’라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말이나 영어나 집은 맨 마지막이다. 먹는 것과 입는 것이 항상 먼저이고 집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에 관한 프로그램이 텔레비전에 넘쳐나고 최신 스타일의 옷에 대한 선전이 홈쇼핑을 가득 채운다. 그렇지만 집은 우리에게 그저 쉬는 곳, 잠자는 곳에 불과하다. 아니면 고작 재산을 모아두고 불리는 수단이 된다. 그런데 그 이상의 의미는 없는 것일까?
원래 인간이 집을 짓는 이유는 자연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추위와 맹수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인간은 벽을 쌓았고 눈과 비를 피하기 위해 지붕을 얹었으며 밖을 내다보고 드나들기 위해 창문과 문을 만들었다. 그렇지만 오랜 인간의 삶과 사회의 변화를 거치면서 집도 나름대로의 스타일과 철학을 담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집을 짓는 행위, 즉 건축이 그 자체로 철학이고 심리학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말한다. 건축가는 사용하는 사람을 위해 기능적 요소를 최대한 배려하여 집을 설계하지만 그 기능적 측면이 완성되면 자신의 철학을 자신의 스타일대로 표현하여 디자인한다. 따라서 건축은 기능과 형태, 실용과 멋 사이의 끊임없는 갈등과 그것을 통한 종합의 과정이다. 저자는 서양의 건축은 공간을 추구한 반면 동양의 건축은 영역을 발전시켜왔다고 주장한다. 처음에는 벽을 쌓아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인간은 자유로움을 느꼈다. 그러나 그 공간이 담을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고 인간은 더 많은 자유와 더 많은 공간을 원했다. 그래서 더 큰 그릇을 만드는 노력을 계속 했고 결국 벽을 허물고 공간을 자유롭게 해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게 되었다. 모든 것을 다 담을 수 있는 가장 큰 그릇은 바로 그릇 자체가 없는 것이다. 현대 건축에 있어 공간을 포기해서 진정 거대한 공간을 얻는 해체의 작업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인간은 결국 진정한 자유를 위해 공간 스스로 존재하도록 내버려두었고, 인간을 중심에서 끌어내리게 되었다.
이 책은 건축이 단지 멋진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시대와 건축가의 가치관, 세계관, 인생관을 담는 행위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 자신의 집을 짓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설계를 의뢰할 때 “모범적인 사례”만을 참고하지 말고 자신의 철학을 담는 작업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 추천자: 이진남(강원대 철학과 교수)
- 편집= 김정아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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