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6월 읽을만한 책] 조선의 아트 저널리스트 김홍도

기사입력 2016.06.05 02:00
이재원 저 | 살림
  • 책을 펼쳐든 순간부터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 1745년-1806년?)를 향한 열정이 뜨거웠다. 아직까지 그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가 없었다는 현실을 극복하고 싶어 하는 저자의 굳은 의지가 읽힌다. 그리하여 저자의 뜨거운 열정은 한 화가의 삶을 생생하게 그리고 집요하게 그려내기에 이른다. 단원의 그림에서 뽑아낸 수많은 스토리 또한 생명력을 갖고 우리들 가슴으로 파고든다. 단원과 더불어 살았던 당시 사람들을 그림에서 도출해내는 솜씨 또한 녹록치 않다. 스승인 강세황, 심사정을 비롯한 체제공과 정약용 그리고 동료였던 김응환, 강희언, 이인문 등 당대 정치가와 예술가들을 환생시킨 것처럼 대화를 나눈다. 물론 그 대화는 사실(史實)과 자료에 바탕을 두고 있어 이 책의 값어치를 설명해주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책을 읽는 내내 단원의 그림에서 그의 예술적 동반자였던 정조의 목소리가 귓전을 맴돈다. 황홀하다. 재미있다. 이것이 이 책의 백미(白眉)다.

    “단원, 백성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고 그들의 마음을 읽으며 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자 애쓰는 성군정치를 하고 싶다. 네 붓 끝에 내 꿈을 실어도 되겠느냐? 과인과 단원의 인연은 백성에서 시작된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그대를 내게 보낸 이유라 생각한다. 그러니 이 나라 백성들의 숨결을 그려오라. 백성들이 어찌 살고 있는지 숨김없이 고스란히 담아내어라.”

    그렇게 단원은 정조의 어명을 받들어 백성들의 삶 속에 빠져들었다. 그들의 삶을 밀착 취재하는 능력을 열정적으로 화폭에 담아냈기에, 그는 어쩌면 ‘조선의 아트 저널리스트’였는지도 모른다. 단원의 풍속화에 담긴 비밀은 이렇게 의미심장하다. 그리하여 그의 그림이 우리 고유의 정서를 화폭에 담아낸 최고의 작품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그려내야 세상을 이롭게 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단원의 정신이 저자 이재원 선생의 붓끝에서 꽃을 틔웠다. 그 향기를 맡으면서 책 읽는 내내 행복했다.

    | 추천자: 오석륜(시인, 인덕대 일본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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