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민 글, 신민재 그림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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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자라면서 겪는 이런저런 아픔을 ‘성장통’이라고들 한다. ‘성장통’의 사전적 의미는 ‘어린이나 청소년이 갑자기 성장하면서 무릎이나 발목, 팔 따위에 생기는 통증’, 또는 ‘사물의 규모나 세력 따위가 커지면서 생기는 고통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성장통은 아이들이 자신을 둘러싼 가정이나 학교에서 그들의 역할이 그만큼 커지고 많아지면서 겪는 고통이기에 비켜갈 수 없다는 점에서 안타깝기도 하지만 아픔이 있어야 성장이 뒤따른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여덟 편의 단편 동화들이 제각기 다른 아이들의 성장을 이야기한다. 진정한 우정이란 물질적 가치보다 우선한다(마이너스 친구)는 것과 어딘가 어눌한 그 친구가 우리 반을 지켜주는 수호 요정일 수도 있다(수호 요정)는 다소 교훈적인 이야기에서부터 다른 아이들에게 관심 받고 싶은 사춘기의 심리와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는 모습(안 웃기는 농담, 낙서와의 전쟁)이 진지하다. 사춘기 남녀 사이의 미묘한 관심(바람의 여신)에서 풋풋한 아이들의 감정을 읽게 되고 잘 안 씻는 아이의 머리에서 황금 비듬이 쏟아지는 이야기(미다스의 비듬)에서 큰 웃음을 웃는다. 낮보다 밤을 택한 아이들의 우정을 보여주는 작품(야행성 아이)에서는 우리 사회의 이면까지 들여다보게 된다. 특히 표제작인 '언제나 웃게 해 주는 약'은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아이들의 심정이 재미있으면서도 의미심장하게 드러난다. 다양한 상황에 처한 아이들의 고민과 상처가 작가의 밝고 기발한 상상력과 더해져 치유를 향해 나아가는 길목에서 아이들은 아파하지만 결국 한 뼘쯤 성장한다.
집에서나 교실에서 아픔을 겪는 아이들이 단단하게 여물기 위해서는 당장 내 앞에 놓인 아픔에 맞서야 한다. 아이들의 그러한 아픔을 대신해 주려는 부모가 많다. 이른바 ‘잔디깎기 부모’나 ‘헬리콥터 부모’가 그렇다. 하지만 아이들이 맞설 위험을 미리 제거하거나 아이들의 주변을 맴돌며 보호하는 일이 지나치면 아이들은 그만큼 성장의 기회를 잃게 되는 꼴이다. 어른들은 결코 겪을 수 없는, 아이들만의 아픔이기에 성장통이다. 어린 시절에 얼마나 많이 실패해 보고 얼마나 깊이 아파해 보았는가가 진정한 스펙이 아닌가? 아이들에게 성장을 기대한다면 아픔을 허(許)하라!
| 추천자: 김영찬(서울 광성중학교 국어교사)
- 편집= 김정아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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