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던바 외 저/이달리 역 | 처음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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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이 책은 사회과학 분야의 저술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주요한 개념의 하나인 사회성을 화두로 삼고 최근 유행하는 뇌 과학의 분야에서 인간의 진화론을 사회성과 연관시켜서 이해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사회과학 영역을 개척하는 한 시도로 볼 수 있다.
이 책은 인류의 진화를 설명하는 데에 언제나 획기적인 발명과 발견이 그 전환점으로 거론되는 점에 대한 거부로부터 출발한다. 즉 인류는 사회라는 것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사회성을 발달시키기 위하여 끊임없는 적응과 발전의 원동력으로서 두뇌를 개발하고 발전시켰다는 점이다. 사회를 유지하기 위하여 발달한 뇌를 사회적 뇌라고 명명하면서 저자들은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하여 큰 두뇌를 가지게 된 이유는 바로 복잡한 사회생활에 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어낸 결과라고 제시한다.
즉 인간은 생존하기 위하여 사회를 이루고 사회적 관계를 발전시키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에 그러한 사회성에 응하기 위하여 두뇌를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인류 진화의 각 단계는 갑자기 결정적인 발명이 일어나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사회성이 있었으며 그 사회성이 끊임없이 진화함으로써 전체로서 인류의 문명적 진화가 이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장구한 인류의 진화 과정을 살펴보면 인류를 결속하고 관계망을 구축하고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최신 첨단 기술의 화려한 이면에는 오래된 진화의 역사가 살아있음을 알 수 있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인류가 아무리 두뇌가 크고 신체적 특징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유리하게 되어 있다 하더라도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고 상호작용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더 이상 생존하지 못할 것이다. 바로 사회를 이루고 다시 어떤 성격의 사회를 만드는가에 대한 질문이 없으면 인류는 진화하지 못한다. 오래된 사회성의 진화 역사로부터 우리는 미래의 인류의 생존 양식에 대한 하나의 계시를 얻게 될 것이다. 즉 두뇌의 발달은 단순히 생물학적인 진화가 아니라 인간의 사회적 생존을 위한 적응과 도전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진화의 결과이다.
| 추천자: 김광억(서울대 명예교수)
- 편집= 김정아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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