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나 뮌크 저/박규호 역 | 더좋은책
-
철학상담은 과학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심리상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80년대 독일에서 생겨난 철학실천 운동에서 시작되었다. 그동안 네덜란드, 미국, 이스라엘, 대만 등지로 퍼져나갔고 우리나라에도 학회와 자격증, 각종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철학상담사 크리스티나 뮌크는 철학상담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대신, 그동안 철학자들이 어떻게 철학상담을 해왔는지를 그들의 원전에 근거해서 조곤조곤 이야기해준다.
그는 열 명의 철학자들이 각기 다른 삶의 문제와 고통을 해결하고 치유해주는 모습을 설명한다. 안티폰이라는 소피스트는 삶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일종의 철학병원을 개원했던 최초의 철학적 인생상담사였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소크라테스는 영혼불멸의 논증과 더불어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철학적 죽음 맞이의 기술을 전수했다. 보에티우스는 철학의 여신이 약한 약과 강한 약으로 자신의 억울한 죽음을 달래고 치유해주어 운명을 극복하는 방법을 전해주었고, 존 로크는 욕구를 조절하여 나쁜 버릇과 타성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길을 보여주었다. 칸트는 부당한 일을 당한 사람에게 세상이 그리 불합리하지 않다는 점을 납득시켰고, 니체는 값싼 동정과 위로 대신 운명과 허무에 용감하게 직면해서 운명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샤르트르는 자유의 저주와 타인의 감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본래성을 회복하는 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보부아르는 성적 차이가 생물학적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성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소설가이기도 한 페터 비에리는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고 이해하며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결정하고 진정한 자유를 획득하는 방법을 보여주었고, 페터 슬로터다이크는 익숙한 습관에서 벗어나서 스스로를 바꾸는 인간기법이라는 철학적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이 책은 철학적 주제나 철학자의 사상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자들이 철학상담사로서 어떻게 내담자의 문제들을 풀도록 도와주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른 철학교양서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 지식이 아니라 활동으로서의 철학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추천자: 이진남(강원대 철학과 교수)
- 편집= 김정아 jungya@chosun.com
최신뉴스
이 기사는 외부제공 기사입니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