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5월 읽을만한 책] 신화와 문화의 힘

기사입력 2016.05.08 02:42
홍순희 저 | 빛을여는책방
  • 문화의 뿌리는 신화에 닿아있고, 신화의 뿌리는 문화에 박혀있다. 신화에서 파생된 현실의 모습이 곧 문화이고, 그런 문화가 진화하면서 만들어낸 것이 곧 신화이기에, 이런 역설이 가능하다. 그만큼 신화와 문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서로 화학적으로 엉겨 한 몸을 이루고 있기에 인수분해가 불가능하다. 한 사회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을 때 그 사회의 신화를 공부하는 이유나, 어떤 신화를 학습함으로써 그 사회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이유는 모두 신화와 문화가 상호간에 갖는 이런 관계성 때문이다.

    '신화와 문화의 힘'은 바로 이런 신화와 문화를 프리즘 삼아 인류 문명을 제대로 이해하되,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는 개방적 태도를 갖추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특정 국가의 시각을 지양하고 인류의 문명 전체를 객관적으로 조망하기 위해, 이 책에서는 수많은 신화를 지역별로 시대별로 고르게 선택하여 같은 비중으로 소개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그리스신화는 물론이고, 수메르와 히브리신화에서부터 한국의 신화에 이르기까지 10개 이상의 다양한 신화를 문화적 관점에서 깔끔하게 설명한다. 아메리카 대륙의 다양한 신화가 누락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인류 문명의 다양한 시원(始原)과 그 현재의 모습을 균형감 있게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출 수 있다.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와 다른 문화를 ‘열등’이나 ‘틀림’이라는 단어로 규정하려는 심리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에게나 조금씩은 있게 마련이다. 역사에서 보면, 그런 심리가 현실에서 실제로 작동할 때 인류는 광기어린 분쟁에 휘말리곤 했다. 21세기 현재도 별로 다르지 않다. 분쟁의 시원을 종교에 둔 끔직한 테러리즘이 오히려 기승을 부리기까지 한다. 이런 현상은 자기만이 항상 옳고 상대방은 무조건 그르다는 아집의 폭력적 산물에 다름 아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은 각박한 세상을 사는 현대인이 나와 다른 것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 추천자: 계승범(서강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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