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5월 읽을만한 책] 삶의 끝에서

기사입력 2016.05.07 02:38
다비드 메나셰 저/허형은 역 | 문학동네
  • “떠날 때만 해도 나는 여행 중에 객사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오히려 여행 중에 인생을 더 제대로 살았다. 여행은 나를 죽이는 대신 나를 살렸다. 더 이상 내려갈 데 없는 바닥에서 뒹굴고 있던 나를 인생의 정점으로 끌어주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그 둘, 인생의 바닥과 정점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시의 한 편 같은 이 문장은 말기 뇌종양과 사투를 벌이면서 생의 끝자락을 놓지 않고 미 대륙을 횡단한 다비드 메나셰(David Menasche) 선생님의 기적 같은 삶의 기록 중의 한 부분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가 펼쳐놓은 감동의 길 그리고 감동의 문장들과 동행하는 신비한 경험에 젖어들 수 있었다. 의미 있는 시간을 맞게 해준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그가 여행길에 챙겨간 것은 한가운데 사물만 볼 수 있는 시력과 마비된 왼쪽 팔과 다리, 그리고 지팡이와 배낭이었다. 죽음을 앞둔 그의 목표는 15년간 가르쳐온 미국 전역에 사는 수많은 제자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죽음의 길 혹은 고행의 길이 될 수도 있지만, 그는, “살 수 있을 때 제대로 사는 길을 택한 거야.”, “내가 정말로 제자들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치기는 했는가.” 하는 다짐과 의문을 품고서 길에서 해답을 찾는 여정을 시작했다. 그리하여 “죽음을 앞두고 인간은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는 것”, “삶은 최후의 순간까지 끊임없는 배움의 연속이라는 것”, “숨이 멎는 그날까지, 사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와 같은 가슴 뭉클한 메시지를 우리들에게 베풀어주기에 이르렀다.

    그는 이러한 뜨거운 삶의 기록들을 남기고서 2014년 11월, 41년간의 짧은 생을 마감하였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붙들고 방황하는 현대인에게 그가 추구한 생의 가치는 두고두고 커다란 울림으로 살아있을 것이다. 그것을 진지하게 품어보는 시간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 추천자: 오석륜(시인, 인덕대 일본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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