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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리그에서 찬밥 신세였던 박병호가 빅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4번 타자로 타석에 섰다.
박병호는 2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린 워싱턴과의 경기에서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전 경기에서 주로 6번 타순에 배치된 것과 비교하면 미네소타의 폴 몰리터 감독이 박병호를 거포로 인정했다고 할 수 있었다. 실제로 박병호는 4개의 홈런으로 브라이언 도저와 미겔 사노의 3개 보다 앞서 팀 내 홈런 1위에 올라 있기도 하다.
워싱턴의 선발 투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를 상대로 맞이한 1회 첫 타석에서 박병호는 바깥쪽으로 빠지는 낮은 체인지업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선두 타자로 나선 4회초에는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4회말 수비에서 워싱턴의 8번 타자 스티븐 드류의 강한 타구를 막아내 1루 주자 윌슨 라모스를 2루에서 잡아내는 호수비를 선보였다. 처음에는 병살이 선언되기도 했으나, 비디오 판독으로 결과가 뒤집어졌다.
박병호는 세 번째 타석이었던 5회 우익수 방향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우중간을 가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던 타구였지만 껑충 뛰어오른 워싱턴 우익수 크리스 헤이시의 글러브에 걸리고 말았다. 박병호의 안타는 8회 네 번째 타석에서 나왔다. 워싱턴의 두 번째 투수 맷 벨라일의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좌전 안타로 연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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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병호 오늘 성적_4타수 1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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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의 이번 안타는 3루수와 유격수 그리고 2루수가 촘촘히 버티고 있던 워싱턴의 시프트를 뚫고 만들어낸 안타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어떤 그물도 뚫을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워싱턴은 박병호 타석에서 3루수, 유격수, 2루수를 2루와 3루 사이에 나란히 배치했는데, 박병호의 타구는 2루수와 유격수 사이의 좁은 공간을 뚫고 좌익수 앞으로 굴러갔다.
7회까지 1:1로 팽팽히 이어지던 경기는 8회초 미네소타 2번 타자 브라이언 도저의 3점포로 균형이 깨졌다. 하지만 8회말 미네소타의 네 번째 투수 트레버 메이가 2점을 내주고, 9회말 케빈 젭센이 동점을 허용하면서 경기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결국 연장 16회말 워싱턴 2번 타자 크리스 헤이시의 솔로 홈런이 터지면서 승부는 결정 났다.
세인트루이스의 오승환도 호투를 이어갔다. 샌디에이고와의 원정경기에서 오승환은 선발 마이크 리크에 이어 6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삼진 하나를 곁들이며 13개의 공으로 세 타자를 가볍게 요리했다. 전날 아웃 카운트 세 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냈던 오승환은 평균자책점을 1.86에서 1.66으로 낮췄고 세인트루이스는 샌디에이고에게 8:5로 승리했다.
한편, 우완 투수가 나서는 날이면 어김없이 좌타자 애덤 린드를 선발로 내세우는 시애틀 스캇 서비스 감독의 고집에 따라 이대호는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전날 배트 중심에 맞추며 2안타를 몰아쳤던 볼티모어의 김현수도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야 했다. 또한, 전날 메이저리그 데뷔 첫 안타를 기록했던 LA 에인절스 최지만 역시 그라운드에 나서지는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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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광 unm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