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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먼저 우천으로 경기가 예정보다 1시간 40분이나 지연되었다. 그나마도 2회를 마치고 또다시 굵어진 빗방울 때문에 50여 분이나 지연되기도 했다. 데뷔전을 치르는 박병호로서는 심술 궂은 하늘이 원망스러울 법도 했다.
4월 5일(이하 한국시각) 박병호의 빅리그 데뷔 첫 타석은 삼진이었다. 2회초 6번 타자로 나선 박병호는 2개의 파울 타구를 날리기도 했으나 볼티모어 선발 투수 크리스 틸먼에게 루킹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한국 프로야구(KBO리그)에서 4년 연속 홈런왕에 빛나는 박병호지만 아무래도 빅리그에서는 적응을 위한 시간이 필요한 듯 보였다. 다만, 그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켜 주기만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박병호의 첫 안타를 보기 위해 그렇게 오래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5회초 1사에 주자 없이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박병호는 볼티모어의 두 번째 투수 타일러 윌슨을 상대로 통쾌한 중전 안타를 기록했다. 초구 스트라이크와 두 번째 볼에 이어, 몸쪽으로 들어온 공을 놓치지 않고 중견수 방향으로 타구를 보내면서 자신의 메이저리그 첫 안타를 기록했다.
7회초에는 1사 2루에서 맞이한 세 번째 타석에서 박병호는 볼티모어의 세 번째 투수 마이클 기븐스의 초구에 맞아 빅리그 첫 사구까지 기록했다. 이어 7번 타자 에스코바의 우전 2루타로 3루까지 내달린 박병호는 8번 타자 스즈키의 외야 플라이로 홈을 밟아 메이저리그 첫 득점도 기록했다.
9회초 네 번째 타석에서는 유격수 땅볼로 물러난 박병호는 빅리그 데뷔전에서 4타석 3타수 1안타와 1득점, 1사구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에서의 활약을 예고했다. 첫 타석 삼진에 대해 박병호는 적극적으로 치려고 했고, "변화구가 빠져나갈 줄 알았는데 들어왔다"며 소감을 밝혔고, 첫 안타에 대해서는 "스타트가 잘된 것 같다"며 "처음부터 안타가 나와 적응이 잘될 것 같다"는 말로 기쁨을 대신했다.
박병호가 동점 득점을 만들어냈으나 경기는 9회말 끝내기에 힘입어 볼티모어의 승리로 끝났다. 박병호의 빅리그 데뷔전을 벤치에서 지켜만 보아야 했던 볼티모어의 김현수는 동료들과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한편, 텍사스의 추신수는 안타를 기록하지는 못했으나 세 번째 타석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골라내 팀 승리에 기여했다. 추신수와 맞대결을 펼친 시애틀의 이대호는 1사 1-2루 상황에서 대타로 빅리그 데뷔전을 치렀지만, 삼진으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 경기에서 텍사스가 기록한 안타는 단 1개뿐이었으며, 개막전에서 1안타 승리가 나온 것은 1900년대 이후로 처음이다.
- 김도광 unm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