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표 저 | 웃는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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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잉? 이 의성어의 울림이 자못 탄력 있고 경쾌하다. 뭔가 뜻밖의 일을 만났을 때 약간의 놀라움과 즐거움을 담아 발하는 탄성이니, 이야기는 흥겹고 재미있을 것 같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배경으로 작은 분화구 같은 구멍 속에서 아이와 강아지가 머리를 내밀고 있는 걸 보니, 이 아이들이 달나라에라도 온 모양이다.
표지에서 걸게 되는 독자의 이런 기대는 충실히 채워진다. 숨바꼭질하던 아이와 강아지가 두더지 친구를 따라 굴속으로 들어가니 나오게 되는 데가 달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통통, 폴짝, 두둥실, 하늘을 마음껏 뛰어오르고 날아오른다. 그림책의 특별한 장점, 아이들의 감각을 직접 건드리고 터뜨려서 마음껏 해방감을 느끼게 만드는 기능이 한껏 발휘된다. 그뿐인가, 아이들은 할머니, 엄마, 누나에서 고양이와 금붕어까지, 온 가족을 데려와 함께 뛴다. 주머니에 들어 있던 귤 하나를 심으니 금세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고 과일이 주렁주렁 달려 모두들 맛있게 먹는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이 가족이 돌아가고 난 뒤 토끼와, 눈사람 같기도 하고 오뚝이 같기도 한 캐릭터들로 이루어진 달나라 주민들이 여전히 주렁주렁 달린 귤을 함께 즐긴다.
만화 풍의 화면 구성, 동글동글 보드랍고 귀여운 캐릭터들, 아이들 그림 같은 단순한 선으로 표현되는 티 없는 표정과 동작들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나긋하게 풀어준다. 이 부드러움과 흥겨운 해방감이 전면에 나서는지라, 달나라에 와서 마음껏 뛰어오르는 가족들이, 허리 굽은 할머니와 만삭의 엄마와 휠체어에 앉은 누나 그리고 다리 다친 고양이라는, 몸 움직이기가 불편한 존재들이라는 사실은 살짝 가려진다. 두 번째 들여다볼 때에야 아, 이런 배려가 들어 있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호들갑스레 나서지 않는 이 배려에 마음이 더 깊이 따뜻해진다.
우주는, 물리적으로는 무서운 곳이다. 공기도 없고, 어떤 곳은 너무 뜨겁고 어떤 곳은 너무 차갑다. 첨단 보호 장비 없이는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는 곳이다. 이 무서운 우주를 작고 동그랗고 부드러운 캐릭터들의 행복한 웃음과 따뜻한 마음이 가득 채운다. 후광이 드리워진 귤나무의 환한 색깔과 새콤달콤할 귤 맛도 함께 그곳을 채운다. 차갑고 무서운 우주를 즐거운 놀이터로 바꾸는 그림책의 힘이다. 그러니 그림책으로 지구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터무니없는 망상만은 아닐 것이다.
| 추천자: 김서정(중앙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 편집= 김정아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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