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3월 읽을만한 책] 온 더 무브

기사입력 2016.03.20 00:00
올리버 색스 저/이민아 역 | 알마
  • 많은 사람을 대하는 일을 하면, 으레 감정이 소진되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될 수 있으면 무심하게, 감정의 개입을 차단하면서 일하는 요령을 일찍 터득할수록 유능해진다. 수많은 환자를 대해야 하는 의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흐름에 홀로 맞선 이가 있다. 바로 이 자서전의 저자인 올리버 색스다. 신경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환자를 단순히 병에 걸린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환자와 가까이 지내면서 마치 자신이 환자가 된 양 분노와 고통에 사로잡히기도 하면서 환자와 공감하려고 애썼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글로 써서 대중에게 알렸다. 초기에 의학계로부터는 웬 뜬금없는 짓거리냐고 철저히 외면을 받았지만, 환자들과 대중은 그에게 찬사를 보냈고 “의학계의 시인”이라는 칭호를 붙여주었다. 그의 책들은 정신질환에 걸린 이들이 차별을 받을 대상이 아니라, 그저 남들과 조금 다른 상황에 처해 있을 뿐임을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 책은 2015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그가 남긴 자서전이다. 자신의 삶을 유머를 섞어가면서 솔직하게 털어놓은 이 책에는 그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는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병을 지닌 사람이었고, 어머니로부터도 불편한 시선을 받아야 했던 동성애자였다. 마약중독자로 지낸 적도 있고, 몸짱이 되기 위해 근육 운동에 매진한 적도 있다. 또 오토바이를 타고 홀연히 돌아다니기를 좋아했다. 그런 한편으로 늘 필기구를 옆에 두고 평생 1,000권이 넘는 일기를 쓰기도 했다. 이 책에는 그런 다면적인 모습의 이면에 숨어 있던 죄의식, 열등감, 고뇌가 환자, 더 나아가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자 애쓴 기나긴 여정으로 이어진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의학이란 무엇인가, 환자가 일상생활로 돌아간다는 것이 무엇인가, 환자와 의사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 등을 끊임없이 고심하며 보낸 한 평생이 녹아 있다. 남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비관하는 대신에, 고통에 시달리는 이들을 향한 따스한 시선과 연민과 배려로 승화시킨 위대한 의사이자 이야기꾼의 감동적인 생애를 접해보시기를.

    | 추천자: 이한음(과학 전문 저술 및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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