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갑식 글, 이서현 사진 | 다산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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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책 제목에 고스란히 드러나듯이 이 책은 작품 해설서에 가까운 인문학 책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여행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라고 권유하는 여행 안내서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느린 것 같지만 정확하고, 과거에 매인 것 같지만 창작의 힘’이 느껴지는 유럽의 내면을 작품의 무대를 통해 깊이 들여다본다.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는 마르셀 푸르스트의 관점으로...
히스꽃과 잡초가 우거진 하워스의 황량한 언덕을 오르면 ‘폭풍의 언덕’의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이 아직도 그 추운 사랑을 나누고 있는 건 아닐까. 베아트릭스 포터가 주변에서 마음껏 뛰노는 동물들을 관찰하며 ‘피터 래빗’의 캐릭터들을 만들어 낸 레이크 디스트릭트에 가면 지금도 오리와 고슴도치와 다람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려나. 셜록 홈즈가 펄럭이는 옷자락을 여미며 골목을 돌아드는 모습이 떠오르면 런던 베이커 가로 가봐야겠네. '크리스미스 캐럴‘로 잊혀 가던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되살린 찰스 디킨스, ‘반지의 제왕’으로 판타지 문학에 획을 그은 톨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이상한 오해를 받았던 루이스 캐럴, ‘햄릿’ 한 작품에만도 600여 개의 신조어를 만들어 쓴 셰익스피어, ‘행복한 왕자’의 오스카 와일드, ‘다빈치 코드’의 댄 브라운을 끝으로 글은 도버 해협을 건넌다. 그 다음 이어지는 작가는 카뮈, 모파상, 프루스트, 플로베르이다. 그리고 고흐, 세잔, 샤갈, 피카소, 모네가 그렸던 풍광이 펼쳐진다.
이 책은 구성이 살짝 아쉽다. 전체 20편의 글 가운데 5편이 화가를 다루었는데, 중간 중간 섞여 좀 서걱거리는 느낌을 준다. 모두 작가들로 채웠더라면 좀 더 주제 의식이 잘 드러나는 책이 되었을 것 같다.
잘 읽히는 문장은 장점이다. 화려한 수사를 절제하고 현재형으로 서술하는 편안한 문장이다. 사진의 어울림도 탁월하다. 사진 속 인물들이 순간순간 손을 내밀고, 사진 속 풍경에서 바람과 안개와 햇살이 묻어난다.
| 추천자: 강옥순(한국고전번역원 출판부장)
- 편집= 김정아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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