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록 글, 김진화 그림 | 한겨레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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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좋은 책이 많다. 하지만 정말 좋은 책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은 법이다. 책장 한 장 한 장을 넘기면서 엷은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책, 누군가에게 조용히 이야기해주고 싶어 조바심 나게 하는 책, 책장에 고이 꽂아 두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보는 책, 소중한 사람에게 글 몇 자 사연을 적어 예쁜 포장지에 싸서 선물하고 싶은 책, 우연히 책 어딘가를 펼쳐도 글이 살아 움직이며 나에게 말을 거는 책, 언젠가 한번 작가를 만나 허름한 찻집에서 차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은 책… . 이런 책을 나는 정말 좋은 책이라고 여긴다. 이 책을 만났을 때 그런 느낌이 들었다.
단추 하나하나마다 개성적인 이름이 있고 사연이 있다. 그 이름과 사연들이 서로 얽히어 미소 짓게 하는 이야기를 만든다. 열두 살 쌍둥이 남매의 셔츠에 있는 일곱 개의 단추들. 맨 위부터 순서대로 숭아단추, 가을비단추, 망치단추, 배꼽단추, 부끄단추, 그리고 옆구리에 달려있는 여벌의 단추인 꾸리단추, 가슴 호주머니 위에 달린 꼭지단추. 아이들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하는 단추들의 이름도 재미있고 그럴 듯 하거니와 각각의 단추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는 사람살이의 뭉클함과 따뜻함이 그득하다. 뿐만 아니라 단추들의 사연과 경험 속에는 사춘기 아이들의 알싸한 사랑의 느낌과 상대를 향한 솔직한 감성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 책을 쓰고, 읽고 고치는 내내 무척 행복했다.”고 말하는 작가의 고백은 작가의 순박하고도 따뜻한 ‘시 정신과 유희 정신’의 다른 표현일 것이지만, 이 책 속 단추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간직한 생각의 깊이와 그것이 우리 마음에 전해주는 울림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작가의 손꽃단추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것이리라.
최근의 어린이를 위한 글들은 왜 그리 근엄하고 처절한가? 왜 그리 교훈을 말하려 하고 가르치려고 애를 쓰는가? 문학이 현실의 반영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아이들을 키우는 힘은 지식과 교훈이 아니라 따뜻한 상상력이다. 그래서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일이다. 배우는 것은 아이들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 좋은 책이 해야 할 일이다.
| 추천자: 김영찬(서울 광성중학교 수석교사)
- 편집= 김정아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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