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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 로맨틱, 성공적…해 저문 수원이 아름다운 이유

기사입력 2017.11.17 10:29
  • 성공적인 데이트를 위한 필수요소는 뭐가 있을까. 술, 선물… 그리고 비? 아니, 이보다 좀 더 보편적인 요소들을 떠올려보자. 로맨틱한 분위기와 그에 걸맞은 화려한 장소는 어떨까. 사랑에 빠진 청춘들의 풋풋한 고백이 잘 통하는 늦은 저녁 시간도 빼놓을 수 없겠다.

    경기도 수원에 앞서 말한 요소를 두루 갖춘 장소들이 있다. 수원은 어둠이 깔리면 그제야 제 진가를 발휘하는 곳이다. 낮에 본 수원의 모습이 전부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밤이 오면 색을 바꾸는 수원의 야경명소. 그 황홀한 광경을 눈에 담기 위해 어둑해질 무렵의 수원을 찾았다.

  • 조명이 들어온 화성행궁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방문객들
    ▲ 조명이 들어온 화성행궁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방문객들
    수원의 야경을 감상하기 위해 저녁 시간에 도착한 '화성행궁.' 낮에 본 행궁이 고요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띠었다면 밤에 본 행궁의 느낌은 사뭇 달랐다. 굳게 닫힌 문 앞에 들어온 조명이 주변을 밝히며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화성행궁 외에 화성의 야경명소로 손꼽히는 곳은 '화홍문'과 '서장대' 등이 있다. 화성의 북쪽 수문인 화홍문의 아름다움은 낮에 이어 밤에 정점을 찍는다. 아치형의 화강암 다리 너머 반짝이는 불빛들이 마치 일곱 개의 별처럼 보이기도 한다. 서장대 역시 화성의 전망대답게 수원의 야간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 국내 최대의 도심 속 호수공원, 광교호수공원의 화려한 야경
    ▲ 국내 최대의 도심 속 호수공원, 광교호수공원의 화려한 야경
    자리를 옮겨 간 곳은 '광교호수공원'이다. 이곳은 최근 광교신도시가 조성되면서 도심 속 새로운 휴식공간으로 떠오르는 곳이다. "이곳에서부터는 걸어서 들어가세요." 택시기사 아저씨가 더는 차가 들어갈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주차장 입구에 내려주고 홀로 떠났다. 전날 눈이 많이 내린 탓에 바닥이 온통 눈밭이었다. 주차장부터 원천호수로 들어가는 길 내내 새하얀 눈밭을 한발 한발 조심히 내디뎠다.

    원천호수로 들어가 제방에 올라서니 호수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호수와 함께 수변을 따라 이어진 수변 산책로(어반레비)는 시간대에 따라 파란색, 흰색, 주황색, 보라색 등 다양한 조명이 시간대에 따라 색을 바꿨다. 광교신도시에서 새어 나온 조명들이 잔잔한 호수에 비쳐 장관을 이뤘다.

    도시의 물감이 반으로 접혀 수면에 똑같이 묻어난 듯, 지상과 수면은 아름다움을 공평하게 나눠 가졌다. 광교호수공원은 어둠을 화사하게 밝혀 준 조명 덕분에 가족끼리, 연인끼리 즐겨 찾는 로맨틱한 데이트 코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 광교호수공원의 가족캠핑장
    ▲ 광교호수공원의 가족캠핑장
    광교호수공원을 야경이 예쁘다 하여 밤에만 찾는다면 섭섭하다. 이곳은 가족 또는 친구, 연인과 함께 일상에서 벗어나 재충전을 할 수 있는 여가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특히 호수공원 내에 있는 가족캠핑장은 캠핑의 낭만을 가진 이들이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추억을 만들기에 좋은 곳이다.

    포근하고 아늑한 캠핑카 캐러밴에는 화장실과 세면대, 샤워부스도 마련되어 편하고 안락한 숙박이 가능하다. 장시간 운전하여 먼 휴양지를 찾아가지 않아도 근교에서 누릴 수 있는 도심 속 힐링 장소가 아닐까 싶다.

  • 수원의 유명 먹거리, 푸짐한 수원갈비 한 상
    ▲ 수원의 유명 먹거리, 푸짐한 수원갈비 한 상
    야경으로 분위기는 잡았으니 이제는 맛있는 먹거리만 있으면 금상첨화다. 수원의 대표 먹거리로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갈비’가 있다. 소를 함부로 도축하지 못하던 조선 시대, 수원은 화성을 건설하면서 예외적으로 소의 도축이 허용된 곳이다. 오늘날 수원의 갈비가 유명해진 것도 자연스레 쇠고기를 이용한 음식들이 발전한 덕분이리라. 다른 지역과는 차원이 다른 수원의 갈비 맛은 어떨지 기대하며 고기를 주문했다.

    고기가 나오기 전, 한 상 가득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들이 마치 한정식 집에 와있는 듯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다양했다. 수원갈비를 먹고 나면 푸짐하고 기분 좋게 대접받은 기분이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게다가 수원의 갈빗집은 거의 공통으로 양념게장이 기본 반찬으로 나오는 데 매콤달콤 싱싱한 양념게장은 입맛을 돋우기에 딱 맞았다.

  • 노릇노릇 맛있게 구워진 수원갈비
    ▲ 노릇노릇 맛있게 구워진 수원갈비
    밑반찬에 감탄하는 틈을 타 마블링 선명한 선홍빛 생갈비가 불판에 얹어졌다. 수원갈비는 갈비 폭이 10cm에서 13cm로 큰 편이다. 간장과 조미료를 쓰지 않고 소금으로 양념한다는 특징이 있다. 소금과 설탕을 1:5 비율로 넣고 참기름, 후추, 마늘과 파를 사용하여 잔 냄새까지 잡았다. 덕분에 씹을수록 고소한 잔향이 오래 남아 맛있는 식감을 더했다.

    가게마다 특색은 다르겠지만 수원갈비 대부분이 갈빗대를 분리한 후 포를 뜬 다음 빗살무늬 칼집을 내준다. 갈비 한 대에 약 50번의 칼집이 들어가기도 한다. 이 과정만 2시간 이상 소요된다고 하니 맛을 내기 위한 시간과 정성은 역시 비례하는 부분이다.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한 인고와 노력의 시간은 힘이 들지만,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다. 분위기 좋은 장소도, 음식도 그리고 진심도 모두 준비 됐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수원으로 떠나보는 게 어떨까? 이번 데이트는 성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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