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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위에 쌓인 성, '상추고성' 문화 답사기

  • 미디어취재중국팀
기사입력 2017.09.26 16:01
  • 허난성 상추시에 위치한 상추고성은 명 정덕 6년(1511년)에 건립되어 약 500년 역사를 자랑한다. 이곳은 가장 큰 특징은 BC 1046년 고대 왕조인 주나라의 송국도성(宋国都城)부터 송나라 응천부성까지 6개의 성이 묻힌 자리 위에 다시 지어진 점이다. 말 그대로 '성 위에 쌓인 성'인 셈이다.

    겨울 문턱에 찾은 상추고성에서 땅 속 깊이 멈춰진 과거 위에 올라 바쁘게 단장 중인 현재를 마주하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떠난 기분이 든다.

  • 중국 10대 고성중 하나인 상추고성의 성문.
    ▲ 중국 10대 고성중 하나인 상추고성의 성문.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듯,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거리

    눈 앞에 펼쳐진 상추고성의 거대한 성벽과 오래된 건물들은 낯설지만 고풍스러운 느낌을 준다. 하지만 눈을 조금만 돌리면 사람 사는 흔적과 군데군데 진행 중인 공사의 흔적을 볼 수 있다. 택시 기사의 말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세계문화유산 신청 예비명단에 지정된 이후 관광지 개발을 위해 원주민의 이주작업이 한창이라고 한다.

  • 상추 고문화 여행지 지도.
    ▲ 상추 고문화 여행지 지도.
    고성여행의 시작은 성문에서부터 시작한다. 북문에서 남문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내려가는 것이 가장 좋다. 다만 북문과 남문은 택시통행을 금하고 있으므로 동문인 보양문(宝阳门)에서 시작하는 것도 좋다. 버스를 이용한다면 남문에서 시작하게 된다.

    성문에 도착해 먼저 입장권을 사야 한다. 가격은 100위안(약 18000원). 고성은 무료개방이지만 성내 주요 유적지들이 모두 입장료를 받고 있으므로 미리 구입해 두는 것이 편리하다.

  • 후부 입구(상), 후부에서 바라본 장회당(하).
    ▲ 후부 입구(상), 후부에서 바라본 장회당(하).
    고성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은 후부(侯府), 장회당(壮悔堂), 귀덕부문묘(归德府文庙)가 있다. 후부는 후순(侯恂)이라는 명나라 관리가 살던 집이다. 후방역(侯方域)이라고도 불리는 그는 명이 망하고 청이 들어서자 절개를 지키기 위해 관직을 버리고 성 10리밖에 집을 짓고 14년이나 성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후부를 마주 보고 있는 건물은 장회당이다. 원래 후부의 서재였던 이곳에는 슬픈 사랑 이야기가 전해진다.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이루어지지 못하는 후방역과 이향군(李香君), 두 사람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는 후에 '도화선(桃花扇)'이라는 이름의 희곡으로 각색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 공자를 모시는 대성전(상), 사당 내부(하).
    ▲ 공자를 모시는 대성전(상), 사당 내부(하).
    귀덕부문묘는 유교의 성인 공자를 모시는 사당이다. 허난성에서 현존하는 공자사당 중 규모가 가장 큰 이곳은 공자가 위·송 등 여러 나라를 주유하던 당시에 이곳에서 강연한 것을 기념하여 고성과 같이 명대에 건립됐다.

    사당 내부에는 지금도 강의 공간이 마련되어있으며, 2500년 전 공자가 그러했듯이 아이들에게 사서오경 중 하나인 논어를 가르치고 있다.

    문묘까지 봤다면 이제 남문인 공양문(拱阳门)으로 향할 차례다. 가는 길에는 유럽이나 한국과 다른 독특한 분위기의 천주교성당도 볼 수 있다. 남문에서 밖으로 나가면 넓게 펼쳐진 남호(南湖)가 보인다. 성을 완벽하게 둘러쌓고 있는 이 호수 면적만 남이섬의 4배에 달하니, 성의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할 수 있다.

  • 남호(南湖) 옆으로 보이는 성벽 모습.
    ▲ 남호(南湖) 옆으로 보이는 성벽 모습.
    성 밖에서 만나는 순국영웅의 혼과 중국 4대 서원

    공양문까지 왔다면 응천서원에 꼭 가보도록 하자. 고성에서 조금 멀지만, 그 역사적 가치가 뛰어나 상추 여행 시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다. 남호를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 남쪽으로 계속 걷다 보면 오른쪽에는 장순사(张巡词), 저 멀리 왼쪽에는 응천서원(应天书院)이 보인다.

    장순사는 장순(張巡, 709∼757)의 무덤으로 당 현종(唐玄宗) 때 안녹산의 난이 일어나 허원(許遠)과 함께 군사를 일으켜 수양성(睢陽城)을 지키다 포로가 되어 처형당한 인물이다. 이 사당은 그와 함께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친 순국의 혼을 기리기 위해 건립됐다.

  • 중국 4대 서원 중 하나인 응천서원.
    ▲ 중국 4대 서원 중 하나인 응천서원.
    중국 4대 서원 중 하나인 응천서원은 다른 서원들이 산속 깊숙한 곳에 있는 것과는 다르게 번화한 성 근처에 세워졌다. 이곳은 중국 역사상 가장 부유했던 북송의 최고 교육기관으로 영향력이 가장 컸으며, 국자감(國子監, 국립 고등 교육 기관)으로 지정된 유일무이한 서원이다.

    북송정권은 과거를 통해 벼슬을 내렸는데, 100여 명의 학자 중 응천서원 출신이 5~60명에 달했다. 그만큼 이곳은 누구나 입학을 꿈꾸던 명문대학이었다. 지금은 텅 빈 건물만이 남아 옛 영광을 전해주지만 그 속에서 오늘날 교육기관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 상추고성 뒤로 노을이 지는 풍경.
    ▲ 상추고성 뒤로 노을이 지는 풍경.
    진한 여운의 상추 여행

    하루라는 시간은 고성이 품은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기원전부터 청나라까지 시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유적지들은 본 기자가 소화하기에 깊고 방대했다. 그래서 더 머물고 싶은 마음에 아쉬웠는지도 모른다. 다행인 것은 고성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있다는 것이다. 비록 지금은 '예비' 세계문화유산이지만, 앞으로 '정식'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다시 찾을 날을 기대해 본다.

    ※ 여행 TIP

    상구고성(商丘古城, Shāngqiūgǔchéng, 상추구청)
    주소: 허난성 상추시 쑤이양취 구이더구청(河南省商丘市睢阳区归德古城)
    전화: 0370-3310695
    입장료: 100위안
    교통: 9번, 51번, 52번 버스 난후(南湖)하차

    응천서원(应天书院, yīngtiānshūyuàn, 잉톈수위안)
    주소: 상추시 쑤이양취 구청난후판(商丘市睢阳区商丘古城南湖畔)
    입장료: 20위안
    교통: 9번, 51번, 52번 버스 난후(南湖)하차 후 도보 600m

  • 미디어취재중국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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